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나가는 것이 온당하고, 자사고는 기능상 유지하거나 존속하는 차원의 교육부의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은 첫 일성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다시금 경쟁 교육을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후에도 셀프 사외이사 겸직허가, 비리사학 옹호 발언 등이 알려지면서 장관 후보자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김 후보자가 올해 초까지 8년 동안 총장으로 있었던 한국외대 학생들은 “공정 교육을 망친 부패한 교육 행정가”라며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후보자의 딸이 ‘아빠 찬스’를 써서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25일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시작으로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가 줄줄이 계획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을 낙마 리스트에 올리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변수가 될 김 후보자 관련 논란들을 정리해봤다.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 때 딸에 장학금 1억원 지급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 재임 시절 자녀 특혜 의혹이 연속된 <한겨레>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김 후보자의 딸은 1년에 최대 5천만원에 이르는 기관 장학금을 2년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딸은 2014년 2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해 8월 코넬대에 입학해 2016년까지 응용경제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비영리 교육기관인 한미교육위원단에서 운영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2년간 지원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동문회장을 지냈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실제로 주변에 풀브라이트 장학 추천을 해줄 수 있다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다녔다고 언급했다.
이 장학금은 혜택이 크지만 선발 인원이 매우 적어 경쟁도 치열하다. 한미교육위원단에서 공고한 ‘2014∼2015년 한국인 장학프로그램’ 안내서를 보면 2014년도 대학원 장학프로그램 선발예정인원은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경우 30명이었다. 각 분야에서 1∼2명 정도 뽑았는데, 김 후보자의 딸이 경영·경제 분야로 선발된 것이다.
게다가
한국풀브라이트 장학금 심사에 풀브라이트 동문 교수와 장학금을 관장하는 한미교육위원단 직원이 참여해온 사실도 확인되며 파문은 커졌다. 과거 풀브라이트 서류·면접 심사 과정를 모두 거친 한 장학생은 <한겨레>에 “과거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던 교수 3∼4명에게서 면접을 봤다. 한미교육위원단에서 그 교수들을 섭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는 김 후보의 의혹에 교육부가 직접 입장문을 내 “장학생 선발은 미국 대사관에서 정한 주한 미 외교관이 전 과정을 감독하며 내부 관련자들은 평가에 참여하거나 일체 관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되는 부분이다.
장학금 관련 의혹에 대해서 김 후보자 측은 제대로 된 해명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는 “한미교육위원단 쪽에서 내부 관련자들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심사에 참여하는 교수 명단을 확인해드릴 순 없다”고 답했다.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관련해서는 일절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 당시 프로골프 김인경 선수의 ‘학점 특혜’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도 학점 특혜를 인정한 교육부 감사 결과에 불복하며 김 선수를 두둔한 것도 논란이다. 김 선수는 2012년 국제스포츠레저학부에 입학한 뒤 수업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았지만 부당하게 높은 학점과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된 건 당시 김 후보자의 태도였다. 총학생회가 김 후보자와의 간담회에서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사과할 의향이 없다”며 도리어 “교수 재량에 의해 학점을 부여하는 것이 학교에 의해 용인되고 관례화되었던 적이 있다”고 합리화하는 발언까지 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고 반 년이 넘은 후 총학생회가 경찰에 고발하고 나서야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혜 문제를 감싸주고 진정성 있는 대응까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무위원의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후보자가 총장일 때
한국외대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 의사와 법조계 인사 등 ‘금수저 학부모’들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시도한 것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한국외대는 2015년 5월 재학생과 휴학생들을 대상으로 △2급 이사관 이상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종합병원 과장 이상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임원(상무) 이상 대기업, 금융권 △대표(사장) 이상 일반기업 △대규모 식당 운영 등 기타 학과장의 판단으로 학교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부모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각 학과에 보내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학교에 도움이 되는 부모를 파악하기 위해, 학부모를 등급으로 나누고자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후보자는 교육부 회계부분 감사에서 학교 소송 비용을 법인 회계가 아닌 교비 회계에서 집행하고, 총장 업무추진비로 나온 법인카드로 골프장 이용료 등을 결제한 점 등이 지적돼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혐의(업무상 배임)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고, 교비회계 부당 사용 혐의(업무상 횡령·사립학교법 위반)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
연봉 1억원 사외이사 겸직에…교육자 자격 도마
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절 롯데첨단소재 사외이사를 겸직하며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 역시 문제가 됐다. 김 후보자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1년 9개월간 롯데첨단소재(이후 롯데케미칼로 합병)의 사외이사를 지내며 총 1억1566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대학교수가 사외이사를 겸직하려면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본인이 총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셀프 겸직 허가’를 했거나, 허가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국에선 대학 총장이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국내 대학 총장이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사회적으로 교육자에게 기대하는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그는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여러차례 한 바 있다. 지난해 7월1일 부산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 세미나에서 김 후보자는
국립대학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비’(교연비)를 부당 지급받은 이들에 대해 사실상 감사를 무마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부당 지급받은 이들의) 신분에 관련된 처분을 요구한다든지 너무 광범위하게 문제를 잡아서 처분을 내릴 경우에 대학이 대단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 후보자는 대교협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고등교육 관련 국회 공청회에서
“사립대학 비리가 있더라도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사학 비리’로 인해 학생·학부모의 신뢰를 잃은 탓에 국민들이 사립대 지원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대학들이 비리가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전처럼 비리가 심각한 상태라고 이야기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반박하며 “사립대학에 설사 비리가 어느 정도 상존한다 하더라도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장 재임시절 강압적인 모습도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김 후보자는 2020년 10월 총학생회와의 면담에서 총학생회장에게 “가만히 있어”라고 반말로 윽박지르는 모습이 공개됐다. 2021년2월에는 대학 구조조정 반대 피켓 시위를 하던 학생들이 ‘김인철은 다섯 학과 체제 유지 보장하라’는 문구를 구호로 외치자 “내가 니 친구야? 뭐라고 했어”라며 다그치며 옆에 있던 관계자에게 “(시위) 학생의 이름을 적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한국외대 학생들이 직접 들고 일어나기까지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김 후보자는 신성한 교육의 장에서 프로골프 김인경 선수만을 위한 학점 특혜를 자행해 ‘외대판 정유라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라며 “윤석열 인수위가 발표한 내각 인선의 기준이 무엇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