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실시한 2023년 수능 모의평가 채점 결과, 지구화학Ⅱ 14번 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학인됐다.
지난 9일 실시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 채점 결과, 지구과학Ⅱ14번 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확인됐다.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출제 오류로 지난해 12월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원장이 사퇴하는 등 체면을 구긴 평가원이 불과 반 년 만에 재차 실수를 저질러 수능 출제기관으로서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21일 평가원은 6월 수능 모의평가 정답을 확정·발표하며, 이의신청 심사 결과 지구과학Ⅱ14번 문항은 정답이 없어 모두 정답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구과학Ⅱ14번은 어느 해파가 심해파에서 천해파로 천이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 가운데 옳은 것을 ‘보기’에서 고르는 문항이다. 평가원은 ‘h₁은 h₂의 10배이다’는 ㄱ과 ‘심해파의 주기는 파장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ㄴ을 옳다고 보고 정답(가안)을 3번이라고 했지만, 해파가 심해에서 천해로 천이되는 과정에서 파장이 짧아지기 때문에 h₁은 h₂의 10배보다 크므로 ㄱ은 옳지 않다는 이의 신청이 접수 됐다. 옳은 보기는 ㄴ뿐인데 이에 대한 선택지가 없으므로 정답 없음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가원은 해당 문항을 중대 사안으로 분류해 전문학회 3곳과 외부 전문가 5명에 자문을 맡겼다. 전문가들 역시 ‘해파가 심해에서 천해로 진행할 때 주기는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수심이 감소할수록 파장은 짧아진다’, ‘문제 상황에서 해파의 파장이 같다는 단서조건이 없으므로 ㄱ의 진위는 거짓으로 보인다’는 요지로 회신했다. 이후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거쳐 이의심사위원회에서 해당 문항은 정답 없음으로 최종 확정됐다.
문제는 6월 모의평가 출제 과정에 지난 2월 마련된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 개선방안’이 반영됐음에도 출제 오류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선방안대로 절차를 따랐음에도 출제 및 검토 과정에서 실수로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선방안을 보면 고난도 문항은 기존 1차·2차 검토 단계를 3단계로 늘리게 되어 있는데, 해당 문항은 고난도 문항이 아닌 일반 문항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수능 출제, 고난도 문항 검토·소수의견 재검증 단계 신설)
이날 평가원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출제 과정에서 개선방안의 적용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 출제 단계마다 학문적 엄밀성과 문항의 완성도를 점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원이 출제하는 6월·9월 모의평가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9번째다. 수능 역시 지금껏 9번의 출제 오류가 나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