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5월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만취 음주운전 전력과 조교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없이 4일 임명됐다. 지명 때부터 ‘비교육계 인사’로 교육부 장관에 적합한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박 부총리는 음주운전 사유 등 의혹과 관련해 최소한의 해명도 내놓지 않고 교육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지명 철회를 요구해온 교육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계는 박 부총리의 만취 음주운전 전력을 가장 큰 결격사유로 꼽는다. 2001년 12월 음주운전 적발 때 박 부총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당시 면허취소 기준(0.1%)의 2.5배였다. 2002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박 부총리에게 벌금 250만원형의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는데 같은 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가 선고유예를 받은 비율은 전체 사건의 0.67%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음주운전도 언제 한 것이며 여러 가지 상황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말했고, 이날 임명 직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음주운전 자체는 잘못된 것이지만 20년 전 일”이라며 두둔했다.
윤 대통령 등의 안이한 인식과 달리 교원 음주운전 처벌은 시기를 불문하고 강화되는 추세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 퇴직 교원 중 포상신청을 했다가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탈락한 교원은 376명으로, 이 가운데 119명(31.6%)은 박 후보자보다 더 오래된 음주운전 전력에 발목을 잡혔다. 제주 지역의 한 교장은 41년을 근무하고도, 1994년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포상에서 탈락했다.
또 교육부는 올해 1월부터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은 교원은 교장 임용제청에서 영구 배제하도록 내부 기준을 마련해 시·도 교육청에 전달한 바 있다. 교육부 장관은 교장 임용 제청권자다. 특히 박 부총리는 언제 열릴지 모를 인사청문회 핑계를 대며 끝내 음주운전 사유를 밝히지 않아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엔 박 부총리가 서울대 공공성과관리연구센터장 재직 당시 조교에게 연구와 관련 없는 개인 연구실 청소를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임명 당일에도 박 부총리가 2019~2020년 조교들을 불러 온라인 ‘수업리뷰’를 검열했다는 추가 의혹이 나왔다. 잇따르는 제자들의 폭로에도 박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갑질 행위에 대한 책임을 센터 선임연구원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계에서는 규탄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내 “교육계에 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여론과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질 교육수장을 기대하는 교육계의 바람을 짓밟았다”며 “윤리 불감증의 당사자인 교육부 장관은 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잃었으며 임명 강행은 교육 방향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박 부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그 가운데 만취 음주운전은 교육부 장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전력”이라며 “박 부총리 임명은 교육공무원들의 교육부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대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임명 과정에서 의혹들이 제기되고, 청문 절차 부재로 교육에 대한 소신,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며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문회 없이 박 부총리가 임명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에 있고 인사 문제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시는 국민들도 많은 것 같다”며 “음주운전은 차치하고서라도 조교 갑질 의혹도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이 분이 과연 교육부 수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청문회를 통해 검증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 부총리는 5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 4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여는 등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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