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I 쉬운 우리말 쓰기
과학관·천문대 속 우리말 ❺
구상성단은 ‘알별무리’
다중성은 ‘여러겹별’…
소행성은 ‘꼬마돌이별’
우제류는 ‘짝발류’로 순화
과학관·천문대 속 우리말 ❺
구상성단은 ‘알별무리’
다중성은 ‘여러겹별’…
소행성은 ‘꼬마돌이별’
우제류는 ‘짝발류’로 순화
‘태양의 입상반(粒狀斑)’이라는 말로 자주 쓰이는 입상반은 ‘쌀알무늬’라고 순화할 수 있다. 행성은 ‘떠돌이별’, 내행성은 ‘안마당돌이별’로 바꿔 쓸 수 있겠다.
산개성단은 ‘풀별무리’ ‘태양계의 탄생’에 관한 설명에서 ‘여러 차례 초신성 폭발로 원소가 다양하고 풍부해진 성간 구름에서 태양이 탄생한다’를 보자. 성간(星間) 구름에서 성간은 ‘별사이’라고 부를 수 있다. 초신성(超新星)은 우리말로 ‘한새별’이라고 한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천문 동호인들은 ‘우리말 하늘말’을 참고해 우주와 하늘에 관한 현상을 순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구와 유성우(流星雨)’와 같은 표현은 ‘땅별과 별똥비’로 바꿔보는 식이다. 땅별, 구슬별은 ‘우리가 사는 둥그런 땅’이라는 뜻으로 지구를 말한다. 네이버카페 별하늘지기 신윤호(새벽활)씨가 이와 같은 ‘우리말 하늘말’을 제안했다. 우주는 한울, 성좌는 별자리, 천문 관측은 ‘한울 볼거리’, 딥스카이(Deep-Sky)는 ‘속하늘’로 이르는 식이다. 산개성단(open cluster)은 풀별무리(하늘에 한 무리 양떼를 ‘풀’어놓은 것과 같은 성근 별무리), 구상성단(globular cluster)은 알별무리(알처럼 동그란 별무리)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은하(galaxy)의 경우 ‘밀못’이다. 용이 사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은하의 모습이 시내보다는 연못에 가까워 밀못이라 하고, 나선은하는 돌밀못(소용‘돌’이 치는 미르못), 렌즈형 은하는 ‘돋보기밀못’, 은하단은 ‘밀못무리’, 은하수는 ‘미리내’로 순화할 수 있다. _______
혜성은 ‘꼬리별’ 어때요 “항성, 변광성 같은 말은 좀 어려워요.” 여기 보이는 설명 가운데 어려운 말이 있느냐는 나의 물음에 옆에 있던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대답했다. 항성, 행성, 다중성 등의 말이 우주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은아 교수(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는 “최근 진행하고 있는 학술용어 정비사업과 관련해 천문학 용어의 정비도 관련 학술단체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말로 바꾼 용어는 아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항성은 붙박이별, 이중성(binary star)은 두겹별, 다중성(multiple star)은 여러겹별, 변광성(變光星)은 깜빡이별, 행성은 떠돌이별이다. 내행성은 안마당돌이별, 외행성은 바깥마당돌이별, 소행성은 꼬마돌이별, 위성은 딸별이라고 한다. ‘딸려 있는 별’ 혹은 ‘행성을 엄마별로 하는 딸별’이라는 뜻이다. 어린 시절 우리의 여름밤을 설레게 했던 혜성은 가스 상태의 빛나는 긴 꼬리를 끌고 태양을 초점으로 긴 타원이나 포물선에 가까운 궤도를 그리며 운행하는 천체를 말한다. 핵, 코마, 꼬리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혜성의 우리말은 살별(화살 혹은 벌레 침을 뜻하는 살), 꼬리별이다.
항성은 ‘붙박이별’, 이중성(binary star)은 ‘두겹별’, 다중성(multiple star)은 ‘여러겹별’, 변광성(變光星)은 ‘깜빡이별’로 순화할 수 있다.
양서류는 ‘물뭍동물’로 순화 과학관 중간에 설치된 ‘45억년 지구 걷기’가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체험 기계에 올라가 걸으면 입력 신호가 전달돼 우주 역사와 진화에 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원생대, 고생대, 중생대 등에 관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나왔다. 고생대에 관한 설명에서 ‘육상에 식물(이끼류, 지의류) 진출, 양서류의 등장’을 보자. 지의류(地衣類)는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를 말한다. 나무껍질이나 바위에 붙어서 자란다. 지의류는 단일한 생물이 아니라 곰팡이와 조류가 서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공생생물로 지구상 어디에든 살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지의류라는 말을 이해하기 쉽지 않으니 그림이나 사진 주석이 자세히 들어가면 좋을 듯하다. 안내판이나 표지판에 ‘지의류’와 같은 전문용어를 사용할 경우, 순화어를 사용하기 어렵다면 활자 주석이나 사진 주석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말 전문가들은 “특히 문화재 안내판 등에는 사진 주석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양서류(兩棲類)는 양서강의 동물을 일상적으로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어류와 파충류의 중간으로, 땅 위 또는 물속에서 산다고 하여 ‘물뭍동물’로 바꿔 쓸 수 있다. 신생대에 관한 설명에서 ‘우제류 동물의 등장’을 보자. 우제류(偶蹄類)는 짝 우, 굽 제 자를 쓴다. 소나 사슴, 돼지, 양 따위의 발굽이 짝수인 포유류에 속하는 목을 이르는 말이다. 두 굽이 있는 것과 네 굽이 있는 것이 있고 대개는 초식동물이다. ‘우제류’는 ‘짝수 발굽 동물’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짝발류’라고 순화할 수 있다. _______
터치스크린은 ‘화면 접촉’으로 코스모스관의 천체투영실로 이동했다. 웜홀, 블랙홀, 화이트홀이라는 말이 보였다. ‘우리말 하늘말’을 활용하는 천문 동호인들은 웜홀을 이음굴, 블랙홀은 빠짐굴, 화이트홀은 화수분구멍으로 쓴다. 태양의 홍염은 붉은불길, 흑점은 검버섯으로 바꿀 수 있다. ‘태양의 입상반(粒狀斑)’이라는 말로 자주 쓰이는 입상반은 ‘쌀알무늬’라고 순화할 수 있다. 입상반은 태양의 표면에 보이는 쌀알 모양의 흰 점을 말하는데 태양의 중심부에서 생기는 열에너지의 상승기류로 추정한다. ‘동글동글 태양계 식구들’ 전시를 보니 수성, 금성, 천왕성, 토성 등의 떠돌이별(행성) 모형을 직접 만져보며 행성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수성은 물별, 금성은 샛별, 화성은 불별, 목성은 남별, 토성은 흙별, 천왕성은 환인별, 해왕성은 하백별로 쓸 수 있다. 우리가 지구과학 시간에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외웠던 해마당(태양계)의 떠돌이별 순서에서 명왕성은 치우별이라고 부를 수 있다. 환인, 하백, 치우천왕 등 모두 고대 신화 전설상의 인물을 활용한 것이다. 물론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에서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입에 붙은 떠돌이별 순서가 쉽게 잊히진 않는다. 거대우주 여행 전시로 이동했다. 생명의 기본 단위가 세포이듯 우주는 은하를 기본 단위로 한다는 설명이 아득하고도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체험 안내문에 ‘터치스크린에서 자세히 보고 싶은 천체를 선택하세요’라고 돼 있었다. 터치스크린은 우리말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터치스크린은 사용자가 화면의 특정한 명령어 부분에 손이나 특수 장치를 갖다 대면 그 명령이 실행되도록 되어 있는 접촉식 디스플레이 장치를 말한다. ‘터치스크린’의 순화어는 ‘화면 접촉’이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서은아 하늘말 제안: 네이버카페 별하늘지기 새벽활 신윤호 공동기획 | 한겨레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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