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련 학교 가정통신문에서 ‘관할 보건소’라는 말은 ‘담당 보건소’로 순화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올해 쉬운 우리말 쓰기 연재에서는 ‘과학관·천문대 속 우리말’과 더불어 ‘학교 가정통신문 속 우리말’을 다루고 있다. 가정통신문 내용을 알기 쉽도록 순화하거나 쉬운 말을 써서 가장 자주 접하는 공문서에 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공공언어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전국에서 모은 초·중·고교 가정통신문을 살펴보니 코로나19 관련 학교 안팎의 전달 사항 내용이 많았다. 최근 10년 사이에 증가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
통일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다문화 구성원, 북한 이탈 주민, 중도 입국자 등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배경 청소년은 2020년 기준 27만여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렇게 변화한 교육 현장을 반영해 가정통신문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쉽게 풀어쓴 책자를 온·오프라인으로 발행하고 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어서 “한국인 배우자가 집에 와서 가정통신문 속 어려운 말을 설명해줘야 이해할 수 있다”는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꽤 많았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베트남 출신 학부모 ㅇ씨는 “여름방학 때 아이가 가정통신문을 가져왔는데 ‘건전한 여가 선용’, ‘학부모 수업 참관’이라는 말이 어려워 한참 검색해봤다”고 말했다.
여가(餘暇)는 일이 없어 남는 시간을 말하는데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여가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겨를’, ‘틈’을 쓰라고 돼 있다. 선용(善用)의 사전적 의미는 ‘알맞게 쓰거나 좋은 일에 씀’이다. 고쳐진 행정 용어 고시 자료에 따르면 ‘선용’ 대신 될 수 있으면 ‘바르게 씀’을 쓰라고 돼 있다.
한데 ‘건전한 여가 선용’을 ‘건전한 겨를 선용’이나 ‘건전한 틈 선용’이라고 바꾼다고 해서 뜻이 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전한 여가 선용’을 ‘가족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기’처럼 좀 더 일상적인 말로,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
‘학부모 수업 참관’도 ‘가족이나 보호자를 수업에 초대하기’ 정도로 풀어 쓰면 더 이해하기 쉽다. 부모가 양육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한 말로 바꾼 것이라 차별적인 표현도 피할 수 있다.
‘교장공모제(초빙형)’에서 초빙(招聘)은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모심’으로 순화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코로나19 관련한 학교 가정통신문을 보니 ‘3회 중 2회(교직원은 1회) 선제검사 키트 활용’이라는 말이 어려웠다.
키트는 ‘꾸러미’로 순화할 수 있는데 선제검사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선제검사 키트 활용’이라는 말은 많은 정보가 생략된 말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아울러 외국인에게는 ‘꾸러미’라는 말보다 ‘장비’나 ‘장치’가 더 쉬운 말일 수 있다. 따라서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기 전에 스스로 하는 검사 장비 활용’ 정도로 바꾸면 좋을 듯하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가정통신문을 보자. ‘제3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 참여 안내’라는 제목 아래 ‘내 아이를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학교의 건전한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자녀가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해 주시고…(후략)’라는 문장이 있다.
한장짜리 짧은 통신문에 한자 단어를 여러번 사용해 많은 뜻을 담는 이유는 경제성을 고려했기 때문일 테다. 면학(勉學)은 학문에 힘쓴다는 뜻이고 독려(督勵)는 감독하며 격려한다는 의미다.
최근 이용자가 크게 늘어 교통사고 뉴스로 자주 접하게 되는 ‘전동 킥보드’ 관련 안내문도 있었다. ‘개인형 이동장치 올바른 사용 안내’ 통신문을 보니 ‘원동기 이상 면허(16세 이상) 소지자 이용 가능’, ‘등화장치 미작동(범칙금 1만원)’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원동기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말하는데 이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 이하(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최고정격출력 11㎾ 이하)의 이륜자동차나 그 밖에 배기량 125㏄ 이하(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최고정격출력 11㎾ 이하)의 원동기를 단 차를 말한다. 전조등, 후퇴등, 비상등, 후미등 같은 것을 등화장치라고 한다.
원동기나 등화장치 등은 아직 운전면허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올바른 사용법 및 위험을 알리고자 하는 가정통신문이라면 조금 더 알기 쉽게 풀어 써주거나 참고할 수 있는 사진 등을 글과 함께 배치하면 좋을 듯하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2학년 등교수업 당일 안내’ 통신문을 보자. 유의사항을 보니 ‘자가진단 결과 등교중지 대상 학생에게는 자가진단 시스템에 표시된 등교중지 안내문을 소지하고 즉시 관할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에 방문하여 등교중지 안내문을 제시한 후 진료’라고 돼 있다.
문장이 다소 길고 어렵다. 소지(所持)는 물건을 지니고 있는 일을 말하고 관할(管轄)은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통제하거나 지배함. 또는 그런 지배가 미치는 범위’를 이른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를 보니 관할 대신 ‘담당’을 쓸 수 있겠다.
한 고등학교의 ‘신입생 특성화고 장학금 지원 안내’ 통신문에서는 ‘학비 감면’ ‘위의 지원 제외 대상자에 대하여는 대상자가 확정되는 대로 대체 또는 추가 징수합니다’라는 말이 어려웠다.
감면(減免)은 매겨야 할 부담 따위를 덜어주거나 면제하는 것을 말한다. 징수(徵收)는 부를 징, 거둘 수 자를 써서 나라, 공공단체, 지주 등이 돈, 곡식, 물품 따위를 거두어들이는 것을 뜻한다. ‘학비 감면 대상’이라는 말은 ‘학비를 내지 않거나 조금만 내도 되는 학생’으로 바꾸어볼 수 있겠다. 학교의 입장에서 ‘징수’라는 표현보다는 학생의 입장에서 ‘내다’로 바꾸어 쓸 수도 있다.
‘교장공모제(초빙형) 학부모 희망 조사’ 통신문을 보자. ‘우리 학교는 학교장 결원이 예상되어 교장공모제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아래와 같이 조사하오니…(후략)’, ‘설문은 무기명으로 이루어지며 희망하실 경우에는 기명할 수 있습니다’라고 돼 있다.
공모(公募)는 일반에게 널리 공개하여 모집한다는 뜻으로, 고쳐진 행정 용어 고시 자료를 보니 ‘공개 모집’을 함께 쓸 수 있다고 돼 있다. 부를 초, 부를 빙 자를 쓰는 초빙(招聘)은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 ‘모심’이라고 순화했다.
결원(缺員)은 ‘사람이 빠져 정원에 차지 않고 빔. 또는 그런 인원’을 말하는데,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 결원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모자라는 인원’을 쓰라고 권한다. 이름을 적지 않는다는 뜻의 무기명(無記名) 역시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이름 안 밝힘’이라고 쉽게 풀어 쓸 수 있겠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교수 김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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