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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박근혜를 선덕여왕 빗댄 이배용…국가교육위원장 불가론 분출

등록 2022-09-25 16:42수정 2022-09-26 02:51

친일·독재 미화 논란
지난 2012년 10월27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여성혁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한민국 여성혁명 시대를 선포합니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옆에서 ‘혁’자를 들고 있는 이가 이배용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이다. 연합뉴스
지난 2012년 10월27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여성혁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한민국 여성혁명 시대를 선포합니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옆에서 ‘혁’자를 들고 있는 이가 이배용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이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친일·독재 미화’ 역사 국정교과서 주역인 이배용 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정치권과 학계에서 ‘이배용 불가론’이 거세지고 있다. 2011년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장, 2015년 역사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 등을 맡아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촉발시킨 것은 물론이고, 각종 요직을 거치면서 갈등과 분열을 유발한 장본인을 사회적 합의로 중장기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국교위 위원장에 앉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교육계에서는 이 위원장이 국교위 위원장을 맡기에는 정치색이 너무 짙다는 지적이 많다. 이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으로 활동했고, 당시 라디오 찬조연설 등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를 ‘선덕여왕’에 빗대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교원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은 25일 성명을 내고 “국교위는 정파와 이념에 휩쓸리지 않아야 하며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위원장에는 그에 맞는 인물이 인선돼야 한다”며 이 위원장의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지난 22일 논평에서 “지금도 정치적 입김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논의와 2028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교육’에 무게 중심을 두고 편향 없이 추진 할 수 있겠느냐”며 이 위원장 임명을 규탄했다.

친일파 미화 등 이 위원장의 연구 이력·경력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이 모인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3일 성명을 내고 “이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인 <한국 역사 속의 여성들>에서 김활란, 박경원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화여대 초대총장을 지낸 김활란에 대해 “일제의 극심한 회유가 교차되는 가운데 (중략) 크나큰 시련과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겪게 되었다”고 쓴 것이다. 이 위원장은 2012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초대 관장 공모에 지원했다가 ‘균형 잡힌 역사관 부족’ 등을 이유로 탈락한 바 있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2016년 6월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2016년 6월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화여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재임 시절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대위는 “이 위원장은 이화여대 총장 재직 시절 총학생회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사복경찰을 동원해 시위탑 철거를 종용하는 등 대학생의 자치활동을 탄압한 이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및 무소속 의원들도 23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 위원장이 대교협 회장으로서 대학입시 전형 관리를 맡았던 이명박 정권 초기에 대학입시 자율화 기조 아래 입학사정관 전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무분별한 특기자 전형, 수시 전형이 난무하면서 대학입시에 대한 총체적인 불공정과 불신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3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맡은 3년 동안에는 편향 인사, (이승만 찬양 등) 정치 편향 연구과제, 지인 챙기기 등으로 해당기관이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고 학교 현장에서 완전히 외면받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를 2014년 해당 연구원의 한국학대학원장에 임명했다가 이 사실이 뒤늦게 외부에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공동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은 2013년~2016년 3년 동안 총 97건의 외부 강연을 나가 5134만원을 벌어들였고 외부 강연은 대부분 업무시간에 이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및 무소속 의원들은 “가는 곳마다 민심과 반대 방향으로 족적을 남기고, 다루는 사안마다 갈등과 분열을 유발했던 장본인이 복잡하게 얽힌 교육적 난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모든 문제와 갈등의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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