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신문박물관을 찾은 ‘박물관이야기’ 회원들의 자녀들이 전시된 신문 만화를 보며 활동지에 느낌을 적고 있다. 박물관이야기 제공
■ 박물관 교육에 빠진 엄마들 서울 역촌초등학교 주홍비(10·3년)양에게 박물관은 신나는 놀이터다. 주말이면 늘 동생 단비(7)와 함께 엄마 손을 잡고 나들이하듯 박물관에 간다. 방학 때에는 틈만 나면 박물관에 가자고 엄마를 조른다. 방학을 맞아 박물관에서 여는 각종 체험전과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주양은 “박물관에 가면 여러 가지 전시물들을 실제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며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인터넷이나 책으로 볼 때보다 훨씬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학교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양이 이렇게 박물관으로 ‘놀러’ 다니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엄마 김미연(36·서울 은평구 신사동)씨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씨는 “박물관 교육에 참여하고 나서 ‘정말 이런 게 살아 있는 교육이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쳤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정말 “놀이터 가는 기분으로” 딸과 함께 박물관 나들이에 나섰다고 한다. 김씨는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박물관은 따분하고 짜증나는 곳이 될 수도 있고 재미있는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며 “만일 처음부터 공부나 숙제를 하러 박물관에 다녔다면, 나나 홍비나 그렇게 박물관에 푹 빠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이야기’는 김씨처럼 박물관이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이자 살아 있는 배움터가 되기를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이다. 2003년 5월 ‘새롭게 보는 박물관 교육 연구회’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시작했는데, 지난달부터 이름을 바꿨다. ‘박물관’ 하면 떠오르는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씻어 내려면 모임 이름부터 좀 더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물관 문턱 낮추기’는 이 모임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모임의 역사는 짧지만 회원들이 그동안 각자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과 집에서 쌓아 온 ‘내공’은 결코 녹록치 않다. 지난해까지 회장을 맡아 온 오명숙(46)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박물관 교육의 전도사다. ‘박물관 나들이’ 경력 12년째인 오씨는 이 모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책과 함께하는 박물관 교육 연구회’를 이끌면서 많은 ‘제자’들을 배출해 냈다. ‘박물관이야기’ 회원들도 대부분 오씨의 강의를 들으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현재는 주말 대안학교인 ‘새롭게 보는 박물관 학교’ 대표를 맡고 있다. 올해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오현애(43)씨도 자기가 살고 있는 서울 금천구 지역에서 학부모 모임인 ‘끼리또래’를 만들어 ‘엄마와 함께 박물관 가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 박물관 교육 전문가다. 회원인 전통공예가 정인(44)씨는 박물관 나들이를 위해 6년 전에 일부러 집을 국립민속박물관 옆으로 옮길 정도로 박물관 사랑이 남다르다. 정씨는 “심심할 때 옆집 놀러 가듯이, 궁금할 때 백과사전 들춰 보듯이 박물관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박물관과 미술관이 몰려 있는 동네로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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