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육감 특별위원회 소속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지철 충남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초·중등 학부모와 교육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고 있는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안(법안)에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초·중·고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교부금) 일부를 대학 등 고등교육에 활용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구체화 됐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연 3조원가량을 내어달라는 정부를 향해 과밀학급 해소·초등 돌봄교실 확대 등에만 3년간 15조원이 필요하다며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매년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특별회계)를 신설해 지방대, 지역인재 육성 등에 집중 투자하는 내용의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방향’을 발표했다. 11조2000억원 가운데 3조원가량은 교부금 가운데 교육세를 떼어내 가져오고, 8조원은 교육부의 기존 대학 지원 사업(7조7000억원)과 고용노동부 소관 폴리텍·한국기술교육대학교 운영 지원 사업(3000억원)을 이관시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고에서 감당하는 순수 증액분(일반회계 전입금)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시·도 교육청 세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교부금(2022년 기준 76조원)은 중앙정부가 각 교육청에 이전하는 돈이다. 정부 내국세 수입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가 시·도 교육청의 초·중등교육 재원으로 사용된다. 저출산·고령화로 학령 인구(6∼21살) 수가 주는데도 최근 세수 호황으로 교부금이 급증하자, 기재부가 이중 일부(교육세 세수)를 대학 등 고등·평생교육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 역시 구체적인 분석을 해보진 않았다면서도 “학령인구 급감으로 재정난에 부딪힌 대학은 더 이상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교육청들이 모아둔 적립금 규모를 볼 때 (3조원이 빠져나가도) 필요한 투자를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 산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교육감 특별위원회’는 이날 “교육감협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미래교육 수요를 취합·분석한 결과 향후 3년 동안(2023~2025년) 약 62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교육감협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개축 등에 32조948억원, 학급당 학생수를 28명 이하(초등 1학년은 20명 미만)로 줄이고 공립유치원 및 초등돌봄교실 운영시간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15조2423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급식비·방과후학교비·체험학습비를 지원해 완전 무상 의무교육을 실시하는데는 연간 2조1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노후 냉·난방기 47만여대 교체 비용은 3조30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교육감협은 “적립금 19조2천억원은 이른 시기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교육청들 적립금(교육재정 안정화 기금, 교육시설 환경개선 기금 등)은 2021년도 말 5조4600억원이었으나, 코로나19 시기 추가경정예산으로 올해 10월 기준 19조원을 넘어섰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교육학부)는 “교부금 일부 이관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2000억원보다는 정부가 더 많이 투자해 의지를 보여줘야 교육감들과 협의할 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특별회계 신설은 국회에 계류 중인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안 등 3개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 이날 국회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의원 9명은 공동 성명을 내어 “고등교육 재정 확충은 필요하지만 국회의 입법예산심의 절차를 무시한 편법적 밀어붙이기식으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