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자외국어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2교시 수학 영역의 난이도는 ‘불수능’이었던 2022학년도 수능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1교시 국어 영역이 지난해에 견줘 다소 쉽게 출제된 것을 감안하면, 수학 점수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지고 이과생들의 교차지원 현상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후 교육부 브리핑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 소속으로 출제경향을 분석한 교사들은 “수학 영역의 난이도는 2022학년도 수능 및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하다”며 “평가 도구로서 변별력은 충분히 갖춘 시험이며 (수능) 총점의 크기를 결정하는데 지난해처럼 수학이 정말 큰 영향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능은 한국사·영어·한문·제2외국어 등 절대평가 과목을 제외하고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표준점수로 9개 등급을 산출한다. 시험이 까다로워 평균이 내려가면 표준점수는 올라가고, 쉬워서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는 내려간다. 2022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147점으로 문·이과 통합형 도입 이전인 2021학년도 수학 가형 137점, 수학 나형 137점에 견줘 10점이나 높았다. 9월 모의평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으로 2022학년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평가받았다.
다만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난이도는 약간 차이를 보였다. 수학 영역을 분석한 조만기 교사(경기 남양주 다산고)는 “공통과목은 여전히 어렵게 출제됐고, 반면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등 선택과목 난이도는 (지난해에 견줘) 조금 쉽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공통과목에서 극한으로 정의된 함수의 연속성과 최솟값을 가질 조건을 파악할 수 있을지 묻는 14번과 수열의 귀납적 정의를 이용해 수열의 최댓값과 최솟값을 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15번, 도함수와 평균 변화율을 이용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삼차함수를 추론하는 22번을 ‘고난도’ 문제로 꼽았다. 확률과통계 30번, 미적분 29번과 30번, 기하 30번도 ‘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초고난도’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지만 중난도 문제는 많이 출제됐다. 입시업체인 진학사는 “고난도 문항은 상대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돼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무난하게 느껴졌겠지만 중난도 문제가 많이 출제돼 시간이 부족했던 학생들에게는 체감 난도가 높아 중상위권에서는 변별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과생들의 문과 전공 교차지원 현상은 올해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묵 교사(서울 경신고)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문과생이 선택하는) 확률과통계 선택집단보다 (이과생이 선택하는) 미적분 또는 기하 선택집단의 표준점수 크기가 좀 더 컸는데 2023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이 2022학년도와 비슷하게 출제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선택과목에 따른 점수차는 다소 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출제되는 국어와 수학의 경우 표준점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유불리를 줄인다며 해당 선택과목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를 반영한다. 이 경우 공통수학 점수가 높은 이과생이 유리하다. 김 교사는 “올해 정시 모집에서도 수학 점수의 우수함을 가지고 인문계열로 옮겨가는 경향성은 충분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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