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7일 수험생들이 시험장 배치도를 확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영어는 39번이 특히 어려웠어요. 국어는 생각보다 쉽게 나온 것 같고요.”
지난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불수능’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물수능’까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이제 대학별 고사, 정시모집 지원이라는 두 개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다음 달 9일 수능 성적이 발표된 뒤 12월29일부터 2023년 1월2일까지 정시모집 원서접수, 내년 2월6일로 예정된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까지 치열한 시간들이 남아있다. 이번 수능은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올해 수능 응시생 가운데 졸업생 비율이 역대 최대인 만큼 상위권 경쟁이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입시의 ‘한끗’을 결정짓는 정시 지원 전략에 대해 우연철 소장(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과 함께 알아봤다.
올해 국어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쉽게 출제됐다. 국어 영역에서는 문학이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독서에서 등급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문학의 경우 고전소설 <최척전>과 고전시가 <도산십이곡>, 현대소설 <음지의 꽃>이 <교육방송>(EBS) 연계 지문으로 출제됐다. ‘킬러문항’으로는 독서 15번과 17번, 언어와 매체 37번이 다소 낯선 유형으로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문·이과 통합형 시험으로 출제된 수학 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평가다. 다만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중상 난도의 문항 역시 다수 출제되어 시간이 부족했던 학생들에게는 체감 난도가 높은 편이었다. 따라서 중상위권에서는 변별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킬러문항’으로는 14번, 15번, 22번을 꼽는다.
영어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쉬웠다. <교육방송>(EBS) 연계율이 50%로 축소되고 간접연계 방식으로만 출제되어 소재나 주제만 유사하고 지문은 달라졌다. 전체적으로 문장과 어휘의 난도가 높았던 지난해 수능보다는 약간 하향 조정됐다는 평가다.
순서 문제와 문장 삽입 유형 중 3점짜리 문제는 눈에 띄는 단서들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서 학생들이 고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킬러문항’으로는 34번, 37번, 39번을 꼽는다. 특히 39번의 경우 지문 내용이 어려워서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입시전문가들은 “특히 본문에 답에 대한 근거가 나와 있으나 지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답을 고르기가 까다로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채점 결과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험생도 다른 수험생 못지않게 고민이 크다. 상위권 수험생 중에서는 자신이 지원할 모집단위가 뚜렷한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학과보다는 대학 위주로 전략을 세우기에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과 선택을 확실히 한 최상위권 수험생은 서울 소재 대학 상위권 학과, 지방 소재 대학의 의약학계열 학과들에 지원할 수 있다. 상위권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소재 대학은 주로 가군과 나군에 많이 몰려 있어, 사실상 3번이 아닌 2번의 정시 지원 기회가 있다고 봐야 한다.
상위권의 경우 올해 수험생들의 지원 추세를 파악해 볼 수 있는 모의지원 서비스 등을 활용해 대학별 환산 점수에 의한 합격 가능성을 판단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상위권 수험생은 학과보다는 대학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데, 추가모집을 희망하는 경우라면 나보다 위에 있는 수험생이 다른 군으로 합격해 많이 빠져나가야만 본인의 합격 가능성이 더 커진다. 경쟁자들이 다른 군으로 빠져나갈 만한 대학이 있는지까지 신중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즉 상위권 수험생은 본인의 희망 대학과 함께 경쟁대학, 상위대학과의 관계까지 고려해 전략을 짜야 한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7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시지원 전략을 짤 때 가장 고민이 큰 학생들이 중위권 수험생이다.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 무엇보다 지원 희망 대학의 전형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가군과 나군 중 한 군에서만 선발하는 대학이 아니라면, 내가 지원할 모집단위는 어느 군에서 선발하는지도 꼼꼼히 파악해 실수를 줄이도록 하자. 특히 중위권 수험생은 지원을 고려해야 할 대학 수가 많기에 성적을 통해 비교 우위 대학 및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우 소장은 “수능 반영 방법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일부 중위권 대학의 경우 학과별로 수능 반영비율이 다르다. 본인의 성적을 확인하고, 점수가 잘 나온 영역을 높은 비율로 반영하는 대학 및 학과가 어디인지 분석한 뒤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위권 수험생에 비해 많은 경쟁자가 몰려 있는 중위권 수험생은 자신의 위치부터 정확히 가늠해야 한다. 대학별로 성적을 산출하는 방식에 따라 점수 차이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표준점수 합은 3~4점 차이가 나지만 대학별 환산 점수로 계산해 보면 1점 차이도 안 나는 대학이 있고, 큰 차이가 나는 대학도 있다.
많은 학생이 점수 차이가 크면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학에 따라 1점 차이가 큰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대학도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단순히 점수 차이를 따질 게 아니라, 자신이 지원한 대학·학과에서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경우 교차지원을 통해 상위권 대학으로의 도전도 고려하며 지원전략을 짤 수도 있겠다.
수능 과목 가운데 3개 또는 2개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들도 많다. 하위권 수험생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본인의 성적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찾기보다는 본인 수준보다 매우 높은 대학 중 미달이 발생할 만한 대학과 학과를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지원율이 일대일 정도 되는 대학과 학과라면 합격을 노려볼 수 있겠지만, 미달이 발생하는 학과는 사실 웬만해서는 찾기 어렵다. 본인이 지원 가능한 대학과 학과를 구체적으로 찾아보는 게 가장 중요한 ‘하위권 전략’이다. 수능에서 4개가 아닌, 2~3개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 중 희망 대학을 추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무조건 높은 대학 및 학과가 미달하는 상황을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대학을 가려내 지원하는 게 좋다.
수능 가채점이 끝난 뒤에는 성적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던져진 주사위의 결과를 확인했다면, 수시 때 지원한 대학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 여부를 따져보고 가채점 성적을 통해 정시지원 가능 대학을 추린 후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 이후 성적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군별로 3개 대학 정도를 찾아 본인에게 유리한지를 따진 뒤 전형방법 등을 숙지하고 ‘심기일전’의 각오로 정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대학에서 발표하는 입시 결과(입결)가 신뢰성이 높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정보만을 바탕으로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것은 위험하다. 매해 대학의 정시 선발 방법과 수험생들의 지원 심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희망 대학의 모집인원 변화를 눈여겨보자. 보통 선발 인원이 적은 학과의 경우 입시 결과 성적이 높게 형성되는 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대학에서 발표하는 입시 결과에 표기된 선발 인원과 올해의 모집인원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모집인원이 지난해보다 적다면 보수적으로, 많다면 약간 여유 있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형방법의 변화 역시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대학에서 환산 점수를 산출하는 수능 영역 반영비율이나 반영 과목, 면접 여부 등의 변화에 따라 입시 결과가 전년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지원 자격의 변화, 영어 및 한국사 등의 반영 점수 변화, 제2외국어 또는 한문 영역의 대체 가능 여부 등도 꼼꼼히 따져보아야 정시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대학입시 결과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대입 정보 포털사이트 어디가(adiga.kr)에 접속하면 알 수 있다. 대학 환산 점수와 함께 백분위 평균 성적을 함께 공개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참고하도록 하자.
3개년 경쟁률 및 충원율도 확인할 것을 권한다. 대학에서 발표하는 전년도 입시 결과를 한 해만 볼 것이 아니라 3개년 정도는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성적과 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는지, 지난해에는 왜 경쟁률과 성적이 올라갔는지 이유를 찾아보는 과정이 정시 전략을 짤 때 도움이 된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