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전남 강진 대구면 대구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마스크 착용 의무 없는 대면 입학식이 열렸다. 5학년 할머니 선배가 가방을 선물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어서와!
입학을 환영해!
너희가 우리 학교의 봄이야!”
푸른 바다 옆 전남 강진 대구면 수동리 대구초등학교에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마스크 착용 의무 없는 입학식이 열렸다. 오랜만에 열린 입학식은 마을잔치였다. 조그마한 학교 강당은 전교생 23명과 유치원생 7명, 학부모, 교사, 교직원, 마을 주민들로 가득 채워졌다. 오래간만에 만난 학생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장난을 쳤다. 학부모와 어른들은 입학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고학년인 6학년 학생들은 강당 입구에 ‘돌담찻집’을 차리고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차와 간식을 제공했다. 돌담찻집은 대구초에서 운영하고 직업체험 교육과정이다. 이미 여러 번 직업 경험을 한 학생들은 익숙하게 주문을 받아 저학년 학생들과 방문객들을 차를 대접했다.
6학년 학생들이 입학식에서 돌담찻집을 운영해 참석자들에게 차를 제공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유치원에 입학한 김주은 어린이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백설 공주 복장을 한 주현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5학년 할머니 학생들과 2학년 학생들이 같이 입학식에 참석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이날 대구초에 1학년 이진서 학생과 대구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는 여세중·여세준·김주은 3명의 어린이가 입학했다.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상당수의 농촌 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작년까지 3명의 학생이 입학했던 대구초에도 입학 연령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한 명의 학생이 입학했다.
주현서 선생님이 자칫 긴장할 수 있는 신입생들을 위해 백설공주 복장을 하고 학생을 맞았다. 국민의례가 이어지고 새로 부임한 이경숙 교장선생님이 “대구초등학교 입학생 이진서, 대구초등학교병설유치원 입학생 여세중·여세준·김주은 위 4명의 아동에 대하여 법이 보장하는 충분한 권리와 자격을 확인하였기에 2023학년도 대구초등학교 및 대구초등학교병설유치원 입학을 허가합니다”고 선언했다. 이어 산타 모자를 쓴 70~80대 5학년 할머니 학생들이 입학생들에게 가방과 노트 등을 선물했다.
1924년에 개교한 대구초는 1학년 학급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2019년 70~80대 할머니 신입생 7명을 받았다. 5학년이 된 할머니 선배들은 신입생 이진서 학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손자와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황월금 할머니는 “입학식이 있는 오늘은 매우 기쁜 날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적게 들어와서 조금 슬프기도 하다”며 줄어든 학생 수를 아쉬워 하며 “아이들이 없어 학교 운영이 안 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7명의 할머니 학생들은 5학년까지 무사히 과정을 밟고 있다. 5학년 담임 이은주 선생님은 “학생님(할머니 학생)들은 학교 가는 것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새벽에 나가서 일하고 등교한다. 하교한 뒤에는 다시 일하러 가신다”며 주경야독을 하는 학생님을 칭찬했다.
5학년 할머니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에게 교과서를 받고 있다. 김명진 기자
5학년 교실 한 쪽에 할머니 학생들을 위한 온열 매트와 소파가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이경숙 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이경숙 교장은 “저희 전 교직원은 학생들을 안전하게 잘 보살피고 매일 도전하며 즐거운 학교생활 속에 배움이 하나씩 하나씩 쌓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며 학생들을 환영했다. 재학생 대표 6학년 정종관 학생은 “제가 아주 아주 오랫동안 학교생활을 해오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정말 좋은 학교입니다. 좋은 점을 다 말해주고 싶은데 그건 우리 동생들이 하나씩 알아가길 바랍니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1학년 이진서 학생이 교가를 부르고 있다. 김명진 기자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방은 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신입생이 없어지면서 많은 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구초도 올해 한 명이 입학하면서 교사 2명이 줄어들었다. 김대옥 교무부장은 “대구초는 대구면의 유일한 교육문화시설이다. 학교가 제대로 살아 있어야 학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며 “지역 단위의 교통여건을 개선하고 돌봄시설이 들어선다면 학부모들도 지역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입생 이진서 학생이 이혜영 담임에게 교과서를 받고 있다. 김명진 기자
1학년 이진서 학생이 점심을 먹고 난 뒤 운동장에서 그네를 타고 있다. 김명진 기자
대구초는 자체적으로 만든 ‘돌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돌담교육은 ‘서로 다른 돌맹이가 모여 만든 돌담’을 뜻한다. 교사 한 명 한 명이 주체가 되어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 주현서 선생님은 “큰 학교에 있으면 협소한 교육 방법만 찾을 수밖에 없다. 작은 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다. 학생 한명이 중요해서 투입되는 비용이 훨씬 크다.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교육과정을 짜고 있다. 작은 학교의 장점이다”고 대구초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교사가 꿈을 꿀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아이들도 꿈을 꿀 수가 있다”고 말했다.
1학년 이진서 학생과 5학년 할머니 선배들, 교장, 선생님들이 같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