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를 처음 만났을 때 기억이 난다. “학교 생활은 어떠니?”라고 물었을 때 “구겨진 상자 안에서 사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너 혹시 시를 쓰니?”라고 물었더니, 핸드폰 속에 가득한 자작곡 랩을 보여줬다.
졸업 후 2년여 만에 다시 만난 재원이에게 “너는 노래를 부를 때 어떤 느낌이니?”라고 물었더니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언제 해소가 되었는지 세 가지를 써 보자고 했다. 처음 가사를 썼을 때라고 했다. 중3 때 공연계획이 잡히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를 담은 가사를 썼단다. ‘그대는 어디에 계셨나요?’라는 가사를 보고 잘 썼다는 말과 위로가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해소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중3 때 북한산 페스티벌 오프닝 공연에서 공연했을 때 300여명 관객들이 같이 불러주고 환호해주어 큰 해소를 느꼈다고 했다.
‘해소’의 반대를 물었다. ‘감옥’이라고 했다. 감옥과 같은 느낌에 대해 써보자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화장실 문 뒤에 숨어서 소리 죽여 울었을 때라고 했다. 원래는 남들 앞에서 울지 않는 아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와 싸운 날 친구가 “넌 태어나서는 안 됐어”라고 말했고 그 소리를 듣고 화장실에서 울었다고 했다. 또 초등학교 시절 따돌림을 당할 때 자신과 관련 없는 일조차도 자신의 잘못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친구 둘이 싸우고 서로 다투고 있었는데 책 읽고 있던 재원을 툭 치며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욕을 먹은 기억이 난다고 했다. 재원이는 “학교폭력을 하거나 당하는 사람들 모두 주변에서 오는 반응과 관심에 따라 위축되거나 남을 위축시키는 것 같다”며 자신은 이제 그 단계에서 넘어가는 중인 것 같다고 했다.
재원이의 꿈은 ‘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감이 생기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했다. 극복해야 하는 일은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300명 앞에서 소통하며 공연했던 넌 행복할 거고, 앞으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 그러니까 넌 꽤 소중하단 걸 알았으면 해.’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 사람들에 대해서 좋게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오늘은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게 됐다”고 했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전에 만들려고 했던 노래를 마무리하자고 했다. 요즘 핫한 <더 글로리> 주제곡을 만들어보자고 하면서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1주일 후 비트와 가사가 완성됐다고 연락이 왔다. 5월 초에 함께 불러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노래가 어떤 세계와 연결이 펼쳐질지 벌써 흥분된다. 경험상으로 볼 때 좋아하는 것이 예술과 만날 때 보이지 않는 신이 함께한다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들어질 노래가 래퍼 한재원의 꿈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 hoho61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