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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국공립대 최소 9곳 통폐합 논의 중…‘1천억’ 내건 이주호표 구조조정 가시화

등록 2023-04-18 15:53수정 2023-04-18 16:59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월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 새해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제공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월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 새해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과감한 혁신’을 조건으로 지방 대학 30여곳에 5년 동안 대학당 약 1천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글로컬사업 지원을 염두에 둔 비수도권 국공립대 최소 9곳에서 대학 간 통폐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정부의 성급한 지방대 구조조정으로 지방의 혁신자원의 하나인 상당수 대학들이 고사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회(글로컬대학위) 위원장은 18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글로컬대학 30 추진방안’(글로컬 사업)을 확정·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1곳당 5년 간 1천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시안을 발표한 뒤 한달 여간 의견수렴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확정안은 당초 시안에서 7월로 정했던 올해 10곳에 대한 ‘본 지정’ 시한을 9월로 두 달 연장했다. 30개 전부 지정이 완료되는 시점도 2027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앞당겼다. 5년 동안 대학당 지원되는 재정 규모는 1천억원으로 유지됐다. 다만 학교 규모가 평균 이하이거나 두개 이상의 학교가 통합을 전제로 신청할 경우 지원 규모는 조정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글로컬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시안 발표 이후 비수도권에서는 글로컬사업 지정을 염두에 둔 대학들의 ‘통폐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경북 4년제 국립대인 안동대, 금오공대와 공립 전문대인 경북도립대가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경북도립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과 안동대는 거의 확실하고 플러스 알파로 금오공대와 최근에 조율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강원대-강릉원주대, 충남대-한밭대, 부산대-부산교대 등 6곳도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선정을 앞두고 통폐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립경상대와 창원대의 경우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두 대학의 통폐합을 거론한 뒤 창원대 교수회 및 총학생회 등 구성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글로컬 지정을 위해선 ‘통폐합’과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통폐합을 추진 중인 한 대학 관계자는 “글로컬 사업 선정 가능성을 높여보자는 고려가 있었다”며 “대학 내부의 소프트웨어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부분들이 중요한 요소로 판단될 것 같다. 핵심은 통폐합이고 인원 감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강원대 교수)는 “글로컬 사업 공모를 위해 학교가 혈안이 되어 있다”며 “강원대는 산학연계 보다 구조조정을 하면 아주 큰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1도 1국립대’를 위해 강원대랑 강릉원주대 통합을 강하게 추진 중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달 내놓은 글로컬 사업 시안에 이어 이날 발표한 확정안에서도 ‘대학 간 통합’을 통한 캠퍼스 간 자원 공유, ‘유사학과 통합’을 혁신 사례로 제시하는 등 사실상 ‘구조조정’을 주문하고 있다.

각 대학들이 글로컬사업 선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부작용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과 지자체,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창원대와 국립경상대 통합론이 대표적이다. 유진상 창원대 교수는 “창원대는 창원 공단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박완수 도지사가 글로컬 사업을 명분으로 경상대 통합론을 제기했다”며 “교육부가 지자체를 이용해서 자기 입맛대로 대학을 구조조정하려고 하는 것은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산업 기반이 부족한 지역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대전 지역 대학의 경우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의 연계를 주로 이야기하는데 대전에 그런 산업체가 충분히 있는 게 아니다. 실체 없이 깃발을 내거는 꼴”이라며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방의 거의 유일한 혁신자원이 대학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소수의 지방대학만 살린다면 지방 죽이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0개 대학만 콕 집어 지원하는 글로컬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의 고사를 부르고 비수도권 대학을 폭력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크다. 박중렬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30개 대학에 총 3조원을 몰아준다는 것은 학부모에게 해당 대학에 지원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선택받지 못한 대학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퇴출되라는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교수연대회의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컬대학 정책이) 대학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고등교육 전반의 공공성을 파괴할 것이며, 학문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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