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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세심한 손기술로 하나뿐인 명품 만들어요”

등록 2006-03-19 20:59수정 2006-03-20 21:37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보석 액세서리 디자이너 김태형씨

홍익대 앞에서 산울림 소극장쪽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에 ‘니은’이라는 보석 액세서리 가게가 나온다. 주요 취급 품목은 목걸이나 반지, 귀고리, 팔찌. 그런데 모양이 좀 이상하다. ㄱ, ㄴ, ㄷ 한글 자음을 활용한 목걸이며, 사람 이름이 적힌 귀고리며, 스테인레스로 만든 반지들이 매장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제품들을 만든 주인공은 김태형(31)씨. 3년전 친구 2명과 함께 이 곳에 자리를 잡은 그는 기존 쥬얼리 제품 형식을 깨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한글 등 새로운 개념을 보석 액세서리 디자인에 도입한 것은 대학(홍익대 금속공예디자인과) 시절 학과 실습 때부터다. “세상에 같은 것은 없어요. 더구나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장신구를 남과 똑같은 걸 한다는 건 재미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다른 걸 찾다가 한글을 이용하게 됐어요.”

그가 보기에 한글은 우리 민족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였다. 한글 자체가 사실은 세종대왕의 디자인 작품이라는 것. 이후 한글은 그가 가장 즐겨쓰는 디자인 아이템이 됐다. 물론 이를 계기로 차별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개발했고 이를 실제 작품에 반영했다.

요즘 김씨가 관심을 갖는 쪽은 일품(一品) 제작이다. 즉 고객이 원하는 재질을 선택하면 거기에 맞춰 디자인을 해서 액세서리를 만들어낸다. 예컨대 로듐이나 플래티늄(백금) 소재를 원하면, 기존의 옐로 골드에서 물을 빼고 그 위에 로듐이나 플래티늄을 도금하는 방식으로 요구를 충족시킨다.

“잘 나간다 싶으면 액세서리도 공장에서 찍어내서 대량으로 판매를 하지만 저는 그런 방식으론 승산이 없다고 봅니다. 맞춤형, 개별형 액세서리에 대한 수요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입니다.”

특히 액세서리에 박히는 보석의 종류나 크기에 연연하는 디자인에서 벗어나 보석이 없이도 가능한 쥬얼리 액세서리 디자인을 그리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보석에 준하는 큐빅을 사용해서도 보석이 들어간 것 못지 않게 우아하고 근사한 액세서리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하고 고객의 요구를 읽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그가 하는 일이 결코 쉽거나 간단하지는 않다. 몇날 며칠을 고민해서 디자인했는데 그것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소재가 없다든지, 기술이 없다든지 할 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또 어차피 먹고 살아야 하는 직업인만큼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 않을 때도 말할 수 없이 괴롭다.

그럼에도 김씨는 보석 액세서리 디자인 분야의 매력이 어떤 디자인 분야보다 크다고 말한다. 젊은 여자들은 명품 하면 그저 이탈리아나 프랑스 제품을 찾지만, 세심한 손기술은 우리나라가 훨씬 더 낫기 때문에 트렌드를 읽는 능력과 시장 마케팅력만 키운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얘기다. 최근 종로 귀금속상가 등 전문 귀금속업체 밀집업체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고 첨단 가공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점도 그런 전망의 배경이다.

“세계에 내노라하는 명품 시계, 명품 반지, 명품 목걸이, 우리 청소년들이 만들어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공학. 기술 지식 필요, 디자인 능력 있어야

보석 액세서리 디자이너 되려면

보석 디자인은 언뜻 생각하기엔 분야가 좁을 것 같지만 개인의 고유한 취향에 맞춰야 하는 만큼 제품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목걸이만 해도 펜던트형, 레크레이스형을 기본으로 수많은 형태의 변형이 나오고, 팔찌도 소재와 모양에 따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따라서 보석 디자이너들은 다른 디자이너들보다 상대적으로 일이 힘들다. 보석을 액세서리에 박는 알박기의 정밀성도 고려해야 하고, 사람 몸에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체 편의성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연마 기계나 프레스 등과도 잘 부합하는지 따져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실제 일하는 과정을 봐도 보석 디자이너의 작업은 간단치 않다. 콘셉트를 정하고 아이디어를 스케치한 뒤, 원본과 주물을 만들는 작업이 뒤따르고 연마까지 해야 한다. 원본이나 주물, 연마는 외주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공학이나 기술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이탈리아 등에선 공대 출신자 가운데 디자인 능력이 있는 사람을 자동차 디자이너나 보석 디자이너로 채용하기도 한다.

현재 보석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 많지 않다. 대학에 금속공예나 금속 조형디자 등의 학과가 생긴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공예과 안에서 유리, 목조, 금속 등의 전공으로 나뉘고 금속 전공에서 다시 보석 디자인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국민대, 홍익대, 서울산업대, 원광대 등 상당수 대학에서 금속공예 관련 학과가 따로 있다. 또 2년제 대학에도 귀금속 관련학과가 많이 생겼다. 대학을 가지 않는다면 보석 전문학원을 다니는 방법이 있다. 강남이나 홍대 부근에 서너 개의 대형 학원이 있고, 이탈리아 JDMI도 들어와 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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