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어 교육과 국제화 교육 등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초·중·고교에 교육과정 운영 등에서 큰 폭의 자율성을 주는 ‘교육국제화특구’ 지역을 기존 6곳에서 18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양한 유형의 국제화 교육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할 것이란 우려가 엇갈린다.
교육부는 12일 “경기 화성, 광주 광산, 대구 수성, 부산 남구, 세종 등 12곳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를 3기 교육국제화특구로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2013년(1기)과 2018년(2기)에 지정된 대구 달서, 인천 연수, 경기 안산 등 6곳도 재지정돼 전체적으론 모두 18곳으로 늘었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들은 국제 바칼로레아(IB·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의 교육과정 및 국제인증 프로그램) 전문화, 국외 협력학교와 환경·평화·생태·인권 공동 수업과 교원 교류, 지역사회 안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학업 지원, 국제화 선도학교를 정해 외국어·국제화 관련 교육 프로그램 등을 주요 계획으로 내놨다. 이번에 지정된 지역들은 2027년까지 5년간 교육국제화특구로 운영된다.
애초 교육국제화특구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국제화 인재 역량을 키우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목표로 처음 도입됐다. 공립 초·중·고는 초·중등교육법 등에 따라 원칙적으로 국가 교육과정과 국·검·인정 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해야 하지만, 교육국제화특구에선 이런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비와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등의 예산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입 추진 당시부터 “결국 수월성 교육, 특권 교육을 지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앞서 이주호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이자 한나라당 의원 자격으로 ‘국제화 교육 목적의 초·중·고교와 영어전용타운 설립, 외국 대학 유치 지원 등’을 뼈대로 한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말기 이 제도가 도입됐고,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설립 등을 부추기고 교육 격차를 확대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가 학생 선발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한 ‘교육자유특구’를 국정과제로 제시했을 때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육국제화특구의 재탕에 불과하다. 학교 서열화, 특권교육, 귀족학교를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교육국제화특구 규모를 기존의 3배인 18곳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같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다. 박성욱 전교조 정책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행 입시제도를 유지하면서 (특구의 학교들이) 자율적인 영역을 늘리면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국제화특구라는 애초 취지에 맞춰 세계시민 교육을 활성화하고 다문화 학생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추진하면 문제 될 게 없다”면서도 “지자체에서 외고나 국제고를 설립해 (국제화 교육을) 하겠다고 하면 학교 서열화를 유발하는 쪽으로 제도가 변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교육국제화특구는 소수에게만 특혜를 주는 학교를 양산하기 위한 제도가 전혀 아니다. 다문화 학생 등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적은 이들에게 기회를 더욱 확장한다는 개념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특구가 늘어난 것은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감 탓에 지자체의 관심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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