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초·중·고교에 이어 영유아와 ‘엔(n)수생’ 사교육비 실태 파악에 나선다. 그간 사교육비 통계가 초·중·고 학생을 둔 가구만 대상으로 작성된 탓에, 사교육의 저연령화나 ‘엔(N)수생’ 증가 추세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문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24일 분석한 ‘교육부 2024년도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교육부는 내년 ‘유아 사교육비 조사 사업’에 예산 5억6000만원을 편성했다. 이는 영유아 보호자를 대상으로 영유아 사교육비를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오는 11월까지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내년에 실태 조사를 한 뒤 2025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이뤄지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표본비율(전체 학생수 1.4%)의 절반 수준인 0.7%(1만5천명 안팎)를 조사해 통계를 작성하는 표본조사 방식이다.
교육부는 국회에 제출한 사업 추진 배경에서 “지속적인 사교육 저연령화 및 학부모 부담 증가에 따라 유아 사교육 실태의 조속한 파악을 통한 체계적 정책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신설해 공교육 내실화, 사교육비 경감 등 국가 교육 정책 추진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사교육 경감대책 발표 때 ‘유아 영어학원’ 등 사교육 저연령화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2017년 한 차례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했으나,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유아 사교육비 상황은 육아정책연구소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의 간헐적인 조사에 의존해 부분적으로만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엔수생 사교육비 조사 모델 개발’ 사업에도 내년 예산 1억원을 편성했다. 2025년 엔수생 사교육비 시범조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조사 방식과 대상 등 조사 모델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 50만4588명 가운데 소위 ‘엔수생’으로 불리는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은 17만7942명(35.3%)으로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문·이과 통합수능이 치러지기 시작한 2022학년도 수능부터 엔수생 비중이 크게 늘었지만, 이들의 사교육 부담에 대한 정확한 실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엔수생의 경우 개념·범위에 대한 선행연구가 없고, 모집단 확보 등에서도 여러 쟁점이 발생할 수 있어 폭넓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한 심층적인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나이, 응시횟수, 대학입학 여부 등 다양한 처지에 놓인 엔수생의 경우 조사 범위와 대상을 정하는 데 있어 초·중·고교생에 견줘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사교육비는 교육 문제일 뿐 아니라 양육 부담과 저출생 등 사회적 문제이므로 기존 조사의 빈 곳인 유아와 엔수생 조사를 모색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전년 대비 10.8% 급증하며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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