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나오는 주인공은 수표를 위조한 ‘위폐’로 큰돈을 버는 천재 사기꾼이다. 경찰에 체포된 후로 그는 위조수표 감별사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 남을 속일 목적으로 만든 가짜 화폐를 분별하고, 위폐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직업이 실제로도 존재한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위조지폐감정전문가를 만나, 가짜 돈을 찾아내고 진짜 돈의 가치를 수호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Q, 국내 금융권 중에서 위폐 감별과 관련해 독립적인 부서를 운영하는 곳은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가 최초이자, 유일하다고 들었어요. 이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2014년에 문을 열었는데요, 당시 한류 열풍과 국가 경제력 상승에 힘입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거래되는 화폐량이 급증하다 보니 위변조화폐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생겨났어요. 현재 위변조대응센터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37개국 화폐를 취급하고 있는데요. 원화는 물론 외화에 이르기까지 위폐의 유통을 철저히 차단하고 외환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명동에 있는 우리 센터에 방문하면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화폐분석실과 원·외화사무실 내부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마치 병원이나 약국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웃음), 화폐의 진위 여부를 감정하는 특별한 전문가들이랍니다.
Q, 어떻게 위조지폐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A, 위조지폐를 감별하고 분석하는 일을 하려면 먼저 은행원이 된 이후에 화폐를 취급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타 은행과는 달리 하나은행에서는 매년 ‘위조지폐 감정 고급과정’이라는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은행에 처음 입행하여 영업점에서 5년 동안 외환이나 환전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면서, 커리어의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때 운명처럼 기회가 찾아왔어요. 6개월 과정의 연수를 마치고 위변조대응센터에 오게 되었는데요. 어느새 8년 차를 향해가는 지금은 위조지폐 감정에 있어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껴요. 화폐분석실유리벽에 새겨진 우리 센터의 신조처럼, ‘우리는 자본시장에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고 화폐의 신뢰를 보증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우리 사회에 위폐가 유통되는 것을 최전선에서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 같아요. 그런데 정말로 평소에 우리가 사용하는 돈이 ‘가짜’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A, 만약 진폐와 동일한 제작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진짜 돈과 구별하기 힘든 위폐가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게 된다면 시장경제가 흔들리고, 결국 국가의 기반마저 무너질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위조지폐감정전문가는 위폐가 진폐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등을 분석해야 하지요. 그리고 위폐 제작의 수법과 유통 사례에 맞는 대응방안을 마련합니다. 화폐에 적용된 위변조방지 장치와 인쇄 기술이 생각보다 다양해서 이것들을 하나씩 확인해가며 진위 여부를 판단해야 하거든요.
Q, 그렇다면 위폐를 감별하는 기준에는 무엇이 있나요? 위조지폐감정전문가는 실제로 위폐를 어떻게 가려내는지 알고 싶어요.
A, 화폐는 화폐조각가들이 조각하여 만든 인쇄판으로 찍어낸 하나의 판화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각각의 인쇄 방식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진폐와 위폐를 구별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원화 지폐에 그려진 초상화는 볼록인쇄, 화폐에 새겨진 일련번호는 오목인쇄라는 기법의 인쇄 방식을 적용하죠. 인쇄의 기법 말고도 위변조를 판단할 수 있는 장치들은 또 있어요. 다양한 무늬와 색깔로 변하는 홀로그램, 각도에 따라 다른 색깔이 나타나는 색변환잉크, 표면에 아주 작은 렌즈들이 붙어 있어서 우리가 지폐를 기울이면 안쪽에 인쇄된 문양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입체형부분노출은선 등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Q, 지폐를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는 방법 말고도 전문장비를 활용하기도 한다고요?
A, 맞습니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는 각국의 중앙은행에서 사용되는 고성능 위폐감별기와 CSI급 영상분석기가 있는데요. 고성능 위폐감별기를 활용해 이미지 센서, 자외선 센서, 적외선 센서, 자성 센서 등 여러 가지 센서를 통해 화폐가 위조되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화폐에 적용된 형광잉크와 적외선잉크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영상분석기로 가시광선, 자외선, 적외선 반응 등을 살펴보죠. 기계는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화폐를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센서값에 따른 결과가 정상범위에서 벗어나면 그것이 진폐이든 위폐이든 걸러내게 돼요. 이말은 약간의 오염이 있거나 훼손 또는 손상된 지폐의 경우, 진폐일지라도 때에 따라 위폐라고 감별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결국위변조 여부에 대한 확인은 최종적으로 기계가 아닌 사람이해야만 해요. 이 직업이 하는 일을 미래에도 기계나 AI가 대체할수 없는 이유입니다.
Q, 지금까지 수많은 위폐를 발견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특이한 위폐 감정 사례가 있었다면요?
A, 고객이 환전 요청한 말레이시아 ‘링기트화’가 위조지폐로 의심되어 창구 직원이 우리 센터에 원격으로 감정을 의뢰했는데, 그결과 100권종 100매가 모두 위폐로 확인된 사례가 있었어요.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되는 외국통화 위폐는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가 대부분이라, 동남아시아 위폐가 대량으로 적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요. 지폐에 부착된 홀로그램의 정교함이나 화폐의 일련번호가 각기 다르게 새겨져 있어 전문가가 아니라면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유독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또, 영업부 지점에서 감정을 요청받은 화폐가 위조지폐로 확인되고 나서 즉시 범인을 현장에서 검거한 경우도 있었어요. 조사 결과 범인은 다량의 위조지폐를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하는데요, 누군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범죄를 예방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차올랐던 순간이에요.
Q, 과학기술이 발전한 요즘은 위조지폐를 제작하는 수법이 좀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갈수록 눈속임을 더해가는 위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까요?
A, 신종 위조지폐에 대응하기 위해 위조지폐감정전문가들은 매년 인쇄기자재 박람회에 참가해 날로 발전하는 인쇄 기술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어요. 그리고 급변하는 각국의 통화 정책이나 환경 변화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해요. 또,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는 전국 영업점의 창구에서 즉시 위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진 이미지로 스마트폰 원격 감정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미지 판독만으로도 초정밀위조지폐라 불리는 ‘슈퍼노트’급 위폐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이처럼 위폐의 유통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발 빠르게 대처해나갈 계획입니다.
Q, ‘진짜’ 돈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미래의 위조지폐감정전문가를 꿈꾸는 청소년이 지금 해보면 좋은 활동을 추천해주세요.
A, 화폐 속에 숨겨진 비밀에 대해 탐구해보세요. 일상에서 쉽게접하는 화폐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비밀 장치들이 많이 있거든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확대경으로 볼 수 있는 미세문자, 특정 각도에서만 보이는 잠상, 기울기에 따라 색이 변하는 색변환잉크 등이 그렇죠. 우선, 우리나라 지폐부터 시작해보아요. 한국은행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우리나라 화폐에 어떤 위변조방지장치들이 적용되어 있는지 볼 수 있어요. 각 권종의 화폐를 들고 꼼꼼히 비교해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같은 방법으로 외국통화도 두루 살피면 좋아요. 해외여행을 떠날 때, 각국의 중앙은행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아보면서 그 나라의 화폐를 가볍게 공부한다는 자세를 가지길 바라요!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사진 손홍주 ●자료 제공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차혜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과장 사진 손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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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홍주. 하나은행위변조대응센터의 위조지폐감정전문가는 하루 약 15만장의 지폐, 연간 약 50억 달러를 검수해 위변조 여부를 확인한다. 이 자금들은 국내 영업점에서 재사용하거나 해외은행 등으로 수출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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