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활히 활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세금, 그 세금을 가장 효율적이고 형평성 있게 거두는 방법을 연구하는 조세정책연구자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떼려야 뗄 수 없는 재정과 조세의 상관관계
‘재정’이란 정부의 경제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정부는 세금 등의 수단으로 재원을 마련해서 학교와 도로 등 공공재를 공급하고, 국방과 산업 육성 및 연구개발, 공공질서와 안전, 환경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한다. 코로나19 등과 같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질 경우 정부는 일시적으로 수입에 비해 지출을 확대하고, 부족한 재원은 미래에 정부가 갚기로 약속하고 빌려오기도 한다. 이러한 비용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정을 운용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조세’는 국가·공공단체가 재정권(財政權)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개별적인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획득하는 수입이다. ‘조세정책’은 재정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조세를 누구에게, 어떻게 징수할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세정책이 변하면 영향을 받는 개인과 기업은 이에 맞춰 행동을 바꾸게 된다. 세금 규모의 변화는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의 규모가 변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많은 개인이나 기업이 조세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한다. 세금 부담이 너무 높으면 경제활동의 의욕이 떨어지고,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낮으면 정부의 여러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재정 여력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세금의 부담 규모,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적합한 조세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 재정의 ‘미래 계획표’를 짜는 조세재정전망센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국민의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투명하고 건전한 조세재정정책을 설계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조세정책연구실, 재정정책연구실, 세정연구센터,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 조세재정전망센터, 세법연구센터 등이 마련돼 있다.
특히 연구원 내 조세재정전망센터는 정부 재정의 미래 ‘계획’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다. 가정에서 수입과 지출에 대한 가계부를 작성하고 미래 계획을 세우듯, 정부도 정부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미래 계획을 고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단, 정부의 수입과 지출 규모는 매우 크기 때문에 짧게는 1년 뒤, 보다 길게는 5년에서 40년 이상 미래의 계획을 검토한다. 조세재정전망센터는 세금에 대한 미래 전망을 연구하는 ‘세수추계팀’, 정부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장기적으로 고민하는 ‘재정전망팀’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더해 조세재정전망센터에서는 조세 및 재정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실제 우리나라 각 가구들의 소득과 소비와 관련한 세부 데이터를 수집 및 정리하는 ‘재정 패널(패널: 하나의 가구를 여러 연도에 걸쳐 추적조사해 구성하는 자료) 데이터’도 제작하고 있다.
“분석적 사고방식과실질적 분석 능력이 필요한 일” 고창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재정전망센터 재정전망팀장
Q, 팀장님은 어떤 조세정책에 참여하셨나요? 조세정책을 연구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A, 조세정책연구에는 매우 다양한 주제가 있고, 이용하는 방법론도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참여한 연구인 ‘조세특례 심층평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조세특례는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구나 기업이 내야 할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건데요, 이 경우 정부는 걷어야 할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조세특례 제공이 적절하게 설계됐는지,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의도한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점검이 필요합니다. 이 연구는 그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었죠. 연구진은 국세청이 제공한 과세자료를 활용해 설계의 타당성, 고용 증대, 주식시장의 유동성과 변동성 등 각 항목별로 효과가 발생했는지 검토했습니다.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각의 조세특례 항목을 유지할 필요성을 논의하게 되죠.
Q, 연구 진행 과정에서 특별히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이었나요?
A, 데이터 분석 부분입니다. 연구자들이 분석 방법이나 분석 모형을 선택할 상황이 굉장히 많은데, 그 선택에 따라 분석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정책을 제언하는 방향성이 바뀌기도 합니다. 워낙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연구원 동료 간은 물론 외부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여러 시각에서 살펴보려고 하고 있어요.
Q, 팀장님처럼 조세나 재정정책 연구자가 되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한가요?
A, 한 연구를 총괄하는 책임연구원이 되려면 경제학 등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 취득이 필요합니다. 또 분석적 사고방식과 실질적 자료 분석 능력이 필요하고요. 이는 단기간에 갖출 수는 없고, 장시간 훈련을 받으며 천천히 자라나는 자질이에요. 연구원에 입사한 뒤에도 연구 수행 경험이 쌓이고, 동료들과 협업하면서 길러지는 자질이죠. 배워야 할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등장하니, 배우는 것을 즐기는 성향에 어울리는 직업이랍니다.
Q, 미래의 조세정책연구자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남겨주세요.
A, 앞으로의 조세정책연구자라면 기후변화와 초고령화 사회, 저출산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세 및 재정적인 측면을 어떻게 접근해야 가장 효율적이고 형평성을 갖출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할 겁니다. 조세정책이 궁금한 친구들은 국세청이 제작한 ‘국세청과 함께 배우는 세금 이야기’ 영상을 시청해보세요. 우리 연구원에서도 최근 ‘조세지식공유팀’을 신설해 학생들을 위한 조세교육 콘텐츠를 준비 중이니 공개되면 꼭 참고해보고요.
영화<쇼생크 탈출>에는 주인공이 감옥 생활 중 교도관들에게 세금 관련 상담을 제공하며 여러 혜택을 받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미국의 복잡한 세금 신고제도, 합법적으로 절세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을 재미있게 그렸으니 명화 한 편을 감상하며 조세정책의 중요성도 생각해보세요.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자료 제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 제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