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나 본인이 외국에 뿌리를 둔 이들을 두루 일컫는 ‘이주배경 학생’이 지난 10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이주배경 학생도 차별 없이 교육 기회를 보장받도록 하는 내용의 지원 방안을 내놨다. 초·중·고교에서 한국어 집중 교육을 하는 ‘한국어 학급’을 확대하고, 이중 언어 등 강점을 가진 이주배경 학생을 선발해 대학 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26일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이주배경 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공개했다. 이주배경 학생은 다문화 학생처럼 학생 본인이나 부모 중 1명 이상이 외국인이거나, 외국인이었다가 이후 한국 국적으로 바꾼 학생을 말한다. 이주배경 학생에는 현재 법적으로 내국인과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출생자와 외국 출생 뒤 중도 입국한 이들이 모두 포함된다.
초·중·고교에 다니는 이주배경 학생은 2014년 기준 약 6만8천명에서 2023년 약 18만1천명으로 10년 사이 2.7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외국인 학생 8.6배, 중도 입국은 1.9배 증가하는 등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학생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에 교육부는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교과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지역 거점 한국어 예비과정을 신설해, 3개월에서 1년 단위로 운영하며 생활 한국어와 기초 학습 한국어 교육을 제공한다. 이는 다문화 밀집 학교(재학생 100명 이상 학교 중 이주배경 학생이 30% 이상인 학교)가 있는 33개 시·군·구에 우선 마련될 예정이다. 또 초·중·고교에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교실인 ‘한국어 학급’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올해 기준 527학급이 있는데, 내년 600학급으로 늘린다. 이처럼 지역 거점 한국어 예비과정 신설과 한국어 학급 확대를 통해 한국어 교육을 이원화해 보다 체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지금은 한국어 학급에서 생활 한국어와 기초 학습 한국어, 학년별 교과 중심 한국어를 모두 가르친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국어 학급에서 학년별 교과 중심 한국어 교육에만 집중하고, 지역 거점 한국어 예비과정에서 생활 한국어와 기초 학습 한국어를 가르친다.
장학금 지원도 이뤄진다. 이중언어 등 강점을 가진 이주배경 학생을 선발해 선발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지원하는 ‘글로벌 우수인재 장학금’을 내년에 신설한다. 저소득층 학생 가운데 100∼200명 규모로 선발하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매달 학업 장려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학업 장려금 지원 규모는 아직 협의 중이다. 이밖에 교육부는 이중언어, 외국문화 이해 등 다문화 맞춤 교육에 초점을 맞춘 ‘다문화 강점개발 정책학교’를 내년 200개가량 지정해 운영할 계획도 밝혔다.
교육부는 이런 사업을 위해 일반회계와 교부금을 합쳐 내년 1014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는 교부금 311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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