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제화 이후 10년 넘게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아 있는 ‘수석교사제’를 되살리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수석교사제는 수업을 탁월하게 잘하는 일정 경력 이상의 교사를 수석교사로 선발해 우대하는 제도다. 이들의 역량을 다른 교사에게 전수해 공교육 질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실제 학교 현장에서 활성화되기엔 넘어야 할 벽이 만만치 않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현장 교원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수석교사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수석교사제가 왜 이렇게 위축됐는지 살펴보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수석교사제 개선과 임용 확대가 포함돼 있다.
수석교사제는 2011년 ‘초·중등교육법’ 등을 개정해 도입한 제도로 15년 이상 경력을 지닌 교사 가운데 ‘수석교사’를 뽑아 교사 연수, 수업 컨설팅 등을 맡긴다. 교감·교장 같은 관리직과 별도로 수업 전문성이 있는 교사의 경우 수석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수석교사가 되면 학급 담임을 맡지 않고 수업시수 또한 50%로 줄어든다. 월 40만원의 연구 활동비도 지원된다.
제도 도입 당시 교육부는 “10년간 1만명 양성”을 공언했지만, 전국 수석교사 수는 올해 기준 999명에 그친다. 한해 선발 규모 역시 2019년 기준 32명이다. 이름만 겨우 유지하는 셈이다. 좋은교사운동이 지난해 교사 1327명(수석교사 404명 포함)에게 한 설문조사 결과, 일반 교사 55%(수석교사 48%)가 “‘수업 전문성을 가진 교사를 우대하기 위해 교원승진 체제를 이원화한다’는 목적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봤다.
수석교사제가 안착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는 정원 규제가 꼽힌다. 현재 대부분 시도교육청은 수석교사 자리를 따로 확보하지 않은 채 ‘정원 내’로 학교에 발령한다. 교사 정원이 늘지 않은 상태에선 수석교사가 수업을 덜 맡으면, 다른 교사의 수업 부담이 그만큼 늘거나 기간제 교원을 채용해야 한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수석교사는 일반 교사에 비해 절반가량 수업을 적게 하는 만큼, 교사 정원을 충분히 확대하면서 수석교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석교사의 역할과 직무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의 허성연 수석교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수석교사의 역할이 모호한 채로 교사 스스로 그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장, 교사, 동료와의 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업 혁신은 구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 교원과의 대화에서도 “학교 내에 수석교사의 직무 범위, 직무 내용을 구체화한 (정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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