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대입제도 특위 위원 6인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의 전면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혜승, 성기선, 장석웅, 김학한 위원. 기자회견에는 위원 6명 중 4인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교육부의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두고 교육계에서 수능과 내신의 상대평가 체계를 유지한 탓에 고교학점제가 무력화되고 수능 몰입 교육이 심화할 것이란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입안을 심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안에서도 수능을 전면 절대평가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교위 대학입시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개편특위) 소속 강혜승, 김종영, 김학한, 성기선, 이재덕, 장석웅 위원은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수능 9등급 상대평가를 전혀 손보지 않고 그대로 강행한다면 수능 대비 교육으로 인한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은 물론 자퇴생과 엔(N)수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주요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수능 성적을 높이기 위한 재수와 자퇴를 부추긴다”고 짚었다.
이들은 또 “고교 내신 전 과목에 상대평가를 병기하도록 한 교육부의 대입안이 시행될 경우 진로와 적성을 찾는 2022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와 상반되게 학생들은 내신 등급에 유리한 과목을 쫓아다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2028개편안은 크게 ‘통합형 수능’ ‘수능 상대평가 체제 유지’ ‘고교 내신 상대·절대평가 병기’로 요약된다. 우선 수능 선택과목을 없애고 모든 학생이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도록 했는데, 9등급으로 나뉜 석차 등급과 표준점수 표기 등 수능 성적을 매기는 상대평가 방식은 유지키로 했다. 내신은 2025년부터 5등급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성취도(A·B·C·D·E)를 함께 매긴다. 당초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고2·3 선택과목은 전면 절대평가화하고 고1 공통과목만 9등급 상대평가화하기로 했는데, 2028개편안에선 모든 학년과 과목으로 상대평가를 확대하고 대신 등급 구분을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 “내신 상대평가는 5등급으로 개편되는데 수능 상대평가는 9등급을 유지하면 수능의 영향력이 과도해져 학교 교육과정을 수능에 종속시킬 수 있다” “내신 전 과목 상대평가로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어긋나게 학생들이 성적을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특위 위원들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며 대입안 수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수능 시험을 5등급 또는 9등급의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상대평가 9등급제, 5지 선다형 평가는 사교육 반복 학습을 유발해 창의력, 문제 해결력 중심의 수업혁신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또 내신도 “최소한 진로 선택과목과 융합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만으로 평가해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중심에 두고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8개편안에 문제가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17개 시·도의 교육감들로 구성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14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대입 담당자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능과 내신의 평가 체계를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요구사항을 국교위에 전달한 바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125개 교육 시민단체도 지난 7일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교위에 면담을 요구했다.
현재 교육부의 2028개편안은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대통령 직속 행정기구인 국교위의 심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 현재 대입개편특위에서의 논의 절차는 완료돼 공은 조만간 열릴 전체회의로 넘어간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특위 위원들의 의견이 대입안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다. 위원장 포함 17명인 대입개편특위 위원 중 이날 수능 전면 절대평가 전환 등 ‘다른 목소리’를 낸 위원은 6명으로 소수인 데다 특위는 대입제도에 관한 검토 역할을 맡은 자문기구 성격이다.
성기선 위원(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은 “국교위 대입개편특위에서 진행한 회의는 매우 제한된 시간 이뤄졌고 논의도 피상적으로 흘러갔다”며 “수능의 약점을 보완하기보다는 더 강화시키는 대입안이 국교위 (전체회의)에서 별 이견 없이 확정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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