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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방학, 일과 쉼의 리듬을 회복하는 시간

등록 2024-01-01 16:56

연재 ㅣ 철학으로 생각열기
게티이미지뱅크

유대교 전통에서 안식일은 무척 중요하다. 이에 따르면, 일주일에 여섯 날을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하루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 휴일에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불을 피워도 안 된다. 두 글자 이상 글씨를 써도 안 되고 심지어 빗질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한 마디로, 일을 완전히 내려놓고 철저하게 쉬라는 뜻이다. 이는 유대교를 믿는 자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삶의 의무였다.

꼭 안식일이 아니더라도, ‘강제 휴가’를 누리도록 하는 규범과 문화는 문명마다 있다. 우리의 전통 사회에서도 명절과 절기(節氣)에 따라 사람들은 때마다 일손을 내려놓아야 했다. 한식, 사월 초파일, 단오, 동지 같은 날에는 특별한 음식을 먹고 놀거리를 즐기며 노동에서 벗어났다. 지금도 설이나 추석 때면 일터를 떠나 부모 형제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곤 한다. 왜 이처럼 억지로라도 일에서 놓여나게끔 하는 장치들이 문명마다 자리를 잡았을까?

삶은 일과 쉼이라는 두 개의 리듬으로 꾸려진다. 일만 계속한다면 이내 ‘번 아웃’(burn out)되어버릴 터다. 반면, 계속 놀기만 하면 삶은 무료하고 헛헛해진다. 그래서 노동과 휴식의 균형은 무척 중요하다. 학교에서도 방학이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겠다. 충분히 쉬어야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방학이라는 휴식을 오롯이 누리는 친구들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적잖은 아이들의 학교 밖 시간은 학원과 선행학습으로 꾸려지기 일쑤다. 그래서 교실에는 개학도 전에 이미 지쳐버린 친구들이 적지 않다. 반면, 게임과 인터넷 동영상으로 하릴없이 방학을 흘려보내는 친구들도 무척 많다. 이들은 공부도 휴식도 아닌 상태로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내곤 한다. 이런 안타까운 모습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안식일을 제대로 누리려면 일주일의 나머지 여섯 날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휴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방학(放學)이 말뜻 그대로 ‘공부에서 놓여나는 자유로운 시기’이기 위해서는, 학기 중의 공부와 활동이 치열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아이들의 학업 부담을 낮춰주려 애를 쓴다. 수업일수를 줄이고 교과 내용도 덜어내는 식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학교 밖 교육의 강도만 높아져 간다. 우리의 학교에서 일과 쉼의 균형이 이미 무너진 탓이다.

일밖에 모르는 사람은 결국 노예처럼 되어버린다. 노예는 노동이 절대 끝나지 않음을 알기에 일에 진심을 담지 않는다. 일하는 척 하루를 때울 뿐이다. 공부하는 척하며 딴짓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이와 얼마나 다를까?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자유인답게 살기 위해서는 일에서 벗어나 자기다움을 가꾸는 시간, 즉 ‘스콜레’(scholē)를 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이 자유인답게 자라나기 위해서는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깊은 고민이 필요한 물음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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