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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환자와 의사 사이 '믿음의 다리' 놓죠"

등록 2006-03-31 20:10수정 2006-04-04 12:17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성형외과 코디네이터 김혜영씨

김혜영씨는 병원에서 일한다. 그런데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다. 프런트에서 수납이나 예약 업무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의 명함에는 ‘부평 메트로 성형외과 코디네이터 김혜영’이라고 적혀 있다.

병원에 웬 코디네이터가 필요할까 싶지만 그는 이곳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이다. 그는 우선 처음 방문하는 환자를 맞이하는 일을 한다. 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와 고치고 싶은 부분을 얘기하면 경청을 한 뒤 적절한 안내를 한다.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에서부터 수술을 하게 되면 언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수술 뒤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상세하게 얘기를 해준다.

1차 상담이 끝나면 환자는 의사를 만나 의료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다시 김씨에게 돌아온다. 수술 날짜를 예약하고 결제 방식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수술을 받고 난 뒤, 정기적으로 환자에게 연락을 취해 부작용 여부나 환자의 만족도 등을 계속해서 확인한다.

이쯤되면 김씨가 하는 코디네이터 일은 단순한 업무 보조라기보다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진행되는 모든 일을 책임지는 역할이 된다. 그 자신도 “수술 빼고 병원에서 이뤄지는 일은 모두 조정한다”고 말한다.

이름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만큼 ‘병원 코디네이터’란 직업이 생긴 지는 오래되지는 않았다. 1993년 치과 전문병원인 예치과에서 도입한 것이 시초다. 당시 예치과는 병원이라기보다는 조용한 호텔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으며 의료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아늑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며 잡지나 신문을 읽고 있으면 코디네이터가 다가와 세련되고 친절한 매너로 상담을 진행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다.


이후 코디네이터는 병원 곳곳으로 확산됐다. “의료기관은 계속 증가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높아지는 상황에서 병원 문만 열어놓으면 손님이 찾아오는 시절이 지났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그 이유를 설명했다.

초기에 병원 코디네이터로 채용된 사람들은 대부분 간호사들이었다. 일단 병원 업무에 대해 잘 알면서 의료적 지식도 풍부했기 때문에 코디네이터 업무의 기존 조건을 충족했다. 김씨도 인천 길병원에서 13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1년전 현재의 병원으로 옮겨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요즘은 간호사 경력이 없어도 전문적인 상담 및 서비스 교육을 받고 이 일을 하는 추세다.

어떤 경력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했건 기본적으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은 환자의 두려움을 없애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치료적, 미용적 목적을 막론하고 일단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 코디네이터들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병원에 오자마자 의사를 마주하면 손님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지만 일단 코디네이터가 웃는 낯으로 맞이하면 신뢰의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나서 의사의 실력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설명을 해주면 환자들은 거리낌없이 치료 여부를 결정하죠. 코디네이터 한 명이 병원의 이미지를 결정하고 나아가서는 병원의 수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겁니다. 도전해볼만한 직업 아닌가요?”

간호사 경력 유리 … 활달한 성격 좋아

병원 코디네이터 되려면

병원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싶다면 일단 자신의 성격과 대인관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인만큼 성격이 활달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사람들과 잘 섞여서 융화하는 성격이면 무난하다.

병원 코디네이터 과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많지 않다. 미국에서 도입된 6개월~1년 과정의 전문가 프로그램을 몇몇 사설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보통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해서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자기 직업이 있어도 밤 시간을 이용해 공부할 수 있다. 대학 관련 학과로는 간호학과를 비롯해 병원 경영학과, 원무행정학과, 비서학과 등이 있다.

간호사 경력이 있으면 곧바로 코디네이터로 채용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보통 수납, 예약이나 전화상담을 하는 ‘리셉션 코디네이터’로 채용된다. 이후 치료 상담 업무를 전담하는 ‘치료 코디네이터’, 병원 서비스의 질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병원 매니저’, 직원들에 대한 서비스 교육을 책임지는 ‘서비스 코디네이터’ 등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의사와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실질적인 병원 경영을 도맡는 ‘병원실장’이 될 수 있다.

대우는 좋은 편이다. 보통 3교대를 하는 간호사처럼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으면서도 간호사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경력이 쌓이고 환자 유치를 잘하면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생 직장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현재 전국에는 4만2천여개의 의료기관이 있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가 병원 코디네이터를 채용하고 있어 일자리도 넓은 편이다. 치과·이비인후과·안과 등에는 대부분 코디네이터가 있으며, 요즘에는 한의원도 이런 전문직을 원하고 있다.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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