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영근(오른쪽)·김정순 부부 교사가 12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오금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부인인 김 교사 반 어린이와 ‘구름다리 오래 버티기’ 놀이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아이들과 한이불 덮고 온기 나누죠
부부는 닮아간다고 했던가? 부부 교사인 이영근(35·경기 의왕 의왕초), 김정순(34·경기 군포 오금초)씨를 보면 정말 그렇다. 무엇보다 마음속에 ‘아이들’만 가득하다는 점이 닮았다. 이 교사가 맡고 있는 반 이름은 ‘참사랑’이고, 김 교사의 반은 ‘다사랑’이다. 반 아이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생각이 같다 보니 학교에서 실천하는 교육활동도 비슷하다. 운좋게도 올해는 둘 다 1학년 담임을 맡게 됐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셈이다.
지난달 29일에는 두 학교 사랑이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참사랑반의 올해 첫 작은여행과 다사랑반의 첫 들살이가 같은 날 이뤄졌다. 작은여행은 한 달에 한 차례꼴로 토요일 오후에 선생님 집에서 노는 학급행사다. 돌아가며 반 아이들 4명씩을 집으로 초대해 문화공연도 함께 보러 가고 저녁밥도 손수 해 먹인다. 함께 잠을 잔 뒤 다음날 아침에 집에 데려다 준다. 들살이는 교실을 떠나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는 시간이다. 한 달에 한 차례씩 ‘노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원하는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산과 들, 박물관, 역사 유적지 등에 다녀온다. 둘 다 이 교사가 새내기 교사 시절부터 해왔던 학급활동이다. 아내인 김 교사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이번 학기에 복직하면서 ‘남편 따라하기’에 나섰다.
장단점 따라하고 지적하고 부부교사라서 가능한 일
“육아휴직 기간에 참사랑반의 들살이에 함께 따라가 보고, 작은여행 때 집에 놀러 오는 아이들을 보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방에서 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까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우스운지 몰라요. 그래서 ‘나도 복직하면 꼭 해 보겠다’고 마음먹었죠.” 김 교사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좋은 것은 따라 하고, 고쳐야 할 점은 서로 지적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부부 교사의 장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교사는 복직한 아내의 첫 들살이를 도와주려고 첫 작은여행 날짜를 같은 날로 잡았다. 들살이 장소를 집 근처의 수리산으로 정해, 작은여행에 온 참사랑반 아이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다사랑반 아이들과 부모 20여명, 참사랑반 아이들 4명, 이 교사 부부의 7살, 5살짜리 아들과 딸이 함께 수리산을 올랐다. 다사랑반의 첫 ‘작은여행’은 이번달 중에 하기로 했다. 이름만 ‘한 이불 덮고 자기’로 바꿨다.
두 교사는 일상적인 학급 운영에서도 닮은꼴이다. 참사랑반, 다사랑반 아이들은 모두 ‘한 줄 쓰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 교사는 매일 아침 주로 옛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김 교사는 그림책을 읽어준다. 이 밖에 원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가정방문, 부모에게 수시로 참사랑(다사랑) 편지 보내기, 한 달에 한 차례씩 반 학부모들과 만나 학급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학부모 만남’ 등이 두 교사가 ‘따로 또 같이’ 실천하는 교육활동이다. 공부도 함께 한다. 둘 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의 회원이다. 군포·의왕 지역 초등 1학년 공부모임인 ‘으뜸 헤엄이’에도 나란히 참여한다.
참사랑-다사랑반 아이들 매달 작은여행-들살이
두 교사는 11일 학부모들에게 스승의 날의 참 의미를 생각해 보는 참사랑(다사랑) 편지와 함께, 자신의 두 달 동안의 학급 운영을 중간평가하는 설문지를 보냈다. 아이들에게는 편지와 봉숭아 씨앗을 선물로 나눠 줬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정성스럽게 봉숭아를 키우면서 가끔씩 선생님의 마음도 봉숭아를 정성껏 돌보는 자신들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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