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퇴임하는 신영복 교수
대학은 자본에 종속되면 안 돼
대학은 자본에 종속되면 안 돼
“어디에 있든 꽃을 피우기보다 씨를 뿌리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등의 저서와 ‘신영복 글씨체’로 널리 알려진 성공회대 신영복(65) 대학원장이 8일 성공회대 성당에서 ‘마지막 강의’를 했다. 올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한 신 교수는 출소한 이듬해인 89년부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강의해 왔다.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주역의 ‘석과불식’을 주제로 열린 이날 공개강연에서 신 교수는 “우리 사회의 뿌리는 사람이며, 사람의 가치를 온전히 읽어내고 키워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대학”이라며 “지난 17년간 그 뿌리를 키워내는 일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신 교수가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라고 소개한 ‘석과불식’은 겨우내 과실 속에 있던 씨앗이 봄이 되어 싹을 틔운다는 의미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그에게는 ‘석과불식’이었던 셈이다.
신 교수는 20여년의 수감생활을 했으면서도 자신을 가둔 권력이나 폭력에 대한 분노를 보이지 않는다. 그는 “증오를 갖는 것은 증오의 대상을 올바르게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며 “역사의 격동기에는 반드시 일정한 숫자의 사람이 감옥을 채우게 되며 그 중에 내가 있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자본에 종속돼 가는 대학과 정치상황은 신 교수에게도 우려스런 일이었다. “사회의 변화가 대학에 반영되면서 가장 창조적인 담론의 산실이 돼야 할 대학이 자본의 요구에 밀리고 있습니다. 더 불행한 일은 대학이 이를 차단하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에요.”
감옥 전 20년, 감옥에서 20년, 감옥 뒤 20년을 모두 ‘학교’에서 보냈다는 그는 정년퇴임 뒤에도 계속 학교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은 “신 교수는 성공회대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석좌교수직을 제안했다.
글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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