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사무소 공부방에서 대학생 강현주씨가 최아무개(12·초등학교 6년)군과 나란히 앉아 방과후 학습 지도를 하고 있다. 전농2동사무소 제공
이길영 교수 수업 일환
저소득층 방과후 지도
저소득층 방과후 지도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멘토링’ 활동
나세원(24·여·한국외대 영어교육 4년)씨는 지난해 가을 지운(13)이를 만났다. 지운이는 부모가 이혼해 어머니와 단둘이 살지만, 밝고 붙임성이 좋았다. 함께 공부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영화 구경도 하는가 하면 떨어져 있을 땐 온라인게임도 함께 즐겼다. 틈틈이 문자메시지로 ‘은밀한 고민’ 상담을 나눌 정도로 정이 깊어진 나씨는 아이를 막냇동생처럼 여기게 됐다. 나씨는 “한 학기가 너무도 빨리 지나간 느낌”이라며 “올해 들어 임용고시를 준비하느라 제대로 연락하지 못해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르칠 학생을 지난주에 처음 만났다는 강현주(21·여·한국외대 영어교육 3년)씨는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항상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대학 수업의 한 부분이지만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국외국어대 이길영 교수(영어교육학)는 영남대 교수 시절부터 6년째 나세원·강현주씨처럼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함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초·중학생들의 ‘방과후 학습’을 지도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서울 동대문구청과 이문동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이 일대의 한부모 가정이나 기초생활 수급자 자녀 30여명과 자신의 수강생들을 연결해 ‘일대일 맞춤 지도’를 해오고 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교사로 임용되면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만나는 게 당연한 현실”이라며 “빈곤·결손 가정 아이일수록 대학생을 만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멘토링이 훌륭한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01년 대구 영남대 재직 시절부터 멘토링 활동을 시작했다. 멘토링이라는 개념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때에 사범대 안 여러 학과 학생 100여명을 모아 봉사활동에 나섰던 것. 당시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를 초청해 아이들이 역경을 이기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북돋우기도 했다.
이 교수는 “‘멘토링’을 통해 아이들이 삶에서 좋은 선배를 만나 미래를 그리게 되고, 대학생들은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높이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며 “양쪽 모두를 ‘자라게’ 한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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