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호 교수 논문
중1대상 조사…수학 5.36점 낮고 영어는 거의 비슷
교육인적자원부가 권장해 온 수준별 이동수업이 중학생의 영어·수학 성적 향상에 뚜렷한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학은 교사 자율에 맡겨 가르친 학교보다 성적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는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연 ‘제1회 한국교육종단연구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학업성취에 대한 수준별 수업의 효과’란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양 교수는 교육개발원이 2005년 현재 150개 중학교의 1학년생 6727명을 상대로 학교·가정생활의 특성, 학업성취도, 생활환경 등을 조사한 ‘한국교육종단연구’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논문을 보면, 수학 과목은 학급을 학생 수준별로 나눠 이동수업을 한 학교의 평균 점수가 교사 자율에 맡겨 수업한 학교에 비해 5.36점이나 낮았다. 학급 안에서 동질집단이나 이질집단으로 모둠을 지어 가르친 학교도 교사 자율에 맡긴 학교보다 수학 평균이 많게는 4.44점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영어 과목은 학급간 이동수업을 한 학교의 평균이 교사 자율에 맡긴 학교보다 0.32점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학급 안에서 동질집단을 이뤄 수업을 한 학교는 평균이 3.85점 높았고, 학급내 이질집단을 편성한 학교는 1.8점이 높았다.
교육부는 1997년 고시한 7차 교육과정에서 중1년생이라도 8단계(중2년)나 6단계(초6년) 내용을 가르치는 식의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을 도입했으나 월반이나 유급에 대한 저항감이 커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끊이지 않자, 지난 8월 단계형 교육과정을 포기하고 교수·학습 방법에서 수준별 수업을 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수정 고시했다.
양 교수는 “정확한 실태 조사 없이 정책부터 추진하지 않았는지, 수준별 수업을 제대로 하기 위한 교육 여건은 무엇인지 등을 다시한번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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