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회계 처리않고 학부모 별도운영 파행…교육청 “방과후학교” 뒷짐
학부모 김영수(가명)씨는 지난달 말 아들의 ‘방과 후 학교 수업료’ 청구서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9월치 수업료가 170만원이었다. 한영외국어고등학교 1학년인 김씨의 아들은 이른바 ‘유학반’인 영어과에 다니고 있다.
김씨의 아들은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입학 때부터 외부 강사가 맡고 있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과 ‘대학과목 선이수’(AP) 관련 과목 등 5~6과목을 수강했다.
강의료는 월 20만~30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유학반을 책임지던 강사(디렉터) 박은주(가명)씨가 학교를 그만두면서 유학반은 파행을 거듭했다.
박씨가 강남에 유학학원을 차리자 일부 유학반 학생들이 이 학원으로 빠져나갔다. 전체 70명이던 유학반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학원 강의를 듣기 시작하자, 남아 있는 학생들의 강의료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학부모들이 별도 조직을 만들어 돈을 따로 걷어 강사의 기본급과 수강료를 주면서 유학반을 운영해 왔다”고 털어놨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영외고의 유학반 파행운영에 대한 민원을 접수해 지난달 25~29일 서울지역 외고에 대한 특별장학지도를 벌였지만, ‘방과 후 학교’ 규정에 따라 점검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
시교육청은 한영외고가 유학반 강사들의 강의료를 학교 회계로 처리하지 않은 데 대해 회계 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외고는 원칙적으로 유학반을 따로 모집할 수 없지만, 정규 교과과정과 별도로 방과 후에 특기적성 교육으로 외국 대학입학시험 과목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유학반이 방과 후 학교로 분류되다 보니, 유학과 관련된 강의 수강료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방과 후 학교 운영 규정에 맞게 수강료나 운영방식을 결정했다면, 유학반 운영에 대해 시교육청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유학반이 방과 후 학교로 분류되다 보니, 유학과 관련된 강의 수강료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방과 후 학교 운영 규정에 맞게 수강료나 운영방식을 결정했다면, 유학반 운영에 대해 시교육청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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