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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금옥여고 김은주 교사 “가장 훌륭한 논술책은 교과서죠”

등록 2006-12-10 21:23수정 2006-12-10 21:33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김은주 교사가 2학년 11반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최현준 기자.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김은주 교사가 2학년 11반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최현준 기자.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교과서 무시하지 마세요. 교과서가 논술책 수백 권보다 낫습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에서 만난 김은주(43) 교사는 “논술은 별도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술을 대입의 ‘수단’이 아니라, 교육에 꼭 필요한 ‘본질’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도 시험을 앞두고는 어쩔 수 없이 기출 문제 중심으로 가르친다”며 “하지만 평소 수업을 통해 사고력과 표현력 등 기초 체력을 길러놓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교과서를 ‘왜?’라는 질문에 가장 잘 답해주는 책으로 정의하는 김 교사는, “각 과목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학생들의 발달 상태를 고려해 가장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를 펴 보이며 “특히 단원의 도입부에 논술 문제가 다 있다”고 했다. 그가 펴 보인 곳은 고1 과학 교과서의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부분.

그는 이 항목 뒤에 ‘~에 대해 논하시오’를 붙여 간단하게 문제를 만들어 냈다. 교과서 아랫 부분의 ‘탐구 활동’은 영화를 통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끔 꾸며져 있다. 김 교사는 “올해 수시 1학기, 한 대학에서 출제한 문제가 이것”이라며 “교과서만 꼼꼼하게 활용하고 가르쳤다면 방향을 잡고 글감을 구하는 데 절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교 2·3학년 생물을 가르치는 그는 수업 시간에 판서를 하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학습지도 나눠주지 않는다. 배운 내용을 공책에 정리하는 것은 학생들 몫이고, 칠판은 어려운 내용을 설명할 때만 쓴다. 대학식 강의 형태다. 김 교사는 “처음 대여섯 차례만 꼼꼼하게 검사하면 나중엔 학생들이 욕심이 생겨 더 열심히 정리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내용을 깊이 깨닫지 않을 수 없고, 여기에 표현력까지 덤으로 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 계열 학생들이 특히 부족한 게 표현력”이라며 “당장의 이해를 위해 요점 정리식의 판서나 학습지를 나눠주는 것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스스로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방식은 논술뿐 아니라 내신과 수능에까지 골고루 효과를 낸다고 했다.

김 교사의 ‘학생 주도 스스로 학습법’은 교과서에서 그치지 않고 신문 스크랩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모둠을 짜서 과학 기사를 스크랩해서 요약하고, 견해를 밝히는 활동을 매일 진행한다.

한 모둠에 대여섯 명이라 자신의 차례는 1주일에 한 번꼴이지만, 공책을 공동으로 쓰다보니 친구들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엿볼수 있다. 의견이 다를 경우 지상 토론도 쉽게 이뤄진다. 김 교사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평소에 한 가지 현상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신문 기사를 다루다보면 자연스럽게 훈련이 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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