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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외고 열풍의 그늘②] 내신 흔드는 학원들

등록 2007-02-20 19:01수정 2007-02-20 20:54

외국어고 열풍의 그늘
외국어고 열풍의 그늘
학원들,…‘전교 1등 해봤자…’
‘학교 공부만으로도 외국어고 간다’

지난달 10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08학년도 서울지역 외고 입시 개선안’ 보도자료 제목이다. 이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내신비중 확대, 중학교 수준에서 출제, 수학·과학문제 출제 금지’ 등이었다. 교육청은 “이 개선안을 통해 중학생들은 학원수강보다 학교 수업이나 방과후 학교 참여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돼 현재와 같은 사교육 과열 현상은 수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ㅍ학원 2008학년도 외고 입시설명회. 이 학원 신아무개 원장은 “전교 1등과 내신 15%인 학생의 내신 점수차가 4점밖에 안되는데 구술면접 한 문제 더 맞추면 내신 15%가 전교 1등을 이길 수 있다”며 “외고들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신은 잊어라, 입시를 좌우하지 않는다” “토플을 잘 보면 내신 10% 받아도 커버된다”는 등 줄곧 내신 무용론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다.

이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아이가 내신 30% 안에 드는데 외고를 준비해볼까 생각한다”며 “내신 반영비율이 올라간다고 하더니 오늘 설명을 듣고 보니까 아니더라”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ㄷ중 2학년 학생도 “내신 비중이 올라간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아닌 것 같다”며 “이 학원에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오전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특목고 전문 ㅌ학원에서는 학부모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외고 입시 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학원 김아무개 이사장은 “영어 듣기를 중학교 수준으로 내라고 교육청에서 요구하고 있지만 외고들은 영어 변별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지문을 쉽게 하더라도 속도를 빨리하면 끝난다”고 말했다. 그는 “장학사가 뭘 알겠나. 스크립트(지문)만 봐서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 “내신 비중을 높이라는 것이 교육청 요구지만 그렇게 하면 강남 출신 학생들이 많이 못가고, 그럼 대원외고가 싫어한다”며 “외고는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도 했다. ‘아무리 경찰이 많아도 도둑 한 명 못잡는다’ ‘교육청은 다 알면서도 넘어간다’는 표현도 했다.

물론 외고들은 이런 학원들의 설명을 부인한다. 김창호 대원외고 입학관리부장은 “학원들은 영어듣기나 구술면접을 강조해야 학원생을 많이 모을 수 있으니까 그러는 것”이라며 “실제로는 내신이 당락에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원들의 이런 호언장담 뒤에는 외고들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교육부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외고에 압력을 넣고 있지만 외고는 결국 ‘좋은 아이들’을 뽑고 싶어하기 때문에 피해갈 것”(ㅌ학원 김아무개 이사장)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좋은 아이들’이란 대학입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다.

실제 학원을 다니지 않고 외고에 입학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학생이나 학부모들 사이의 정설이다. 중학교 교과 과정만 충실히 따라가서는 풀기 어려운 수준과 유형의 문제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교에서 몇손가락 안에 들었던 학생들도 특목고 전문학원에서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아들이 외고 입시를 보았다가 실패한 한아무개(44·서울 송파구 잠실)씨는 “아들은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 공부를 잘했지만 뒤늦게 9월부터 학원에 다녔다”며 “학원에서 ‘지금부터 해서 붙으면 1학년 때부터 다닌 아이들은 뭐가 되겠느냐’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역시 딸이 외고 입시에 실패한 오아무개(44·서울 대치동)씨는 “3학년 때 7월부터 학원에 보냈는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1학년부터 다녔다고 하더라”며 “미리 보내지 않은 부모 잘못인 것 같아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대치동에 있는 특목고 전문 ㅇ어학원 입시설명회에서 정아무개 원장은 “외고 에세이, 외고 청취, 외고 독해는 유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따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입시만큼이나 복잡한 외고 입시안을 분석하고 유리한 정보를 가르쳐주는 곳도 결국 학원이다. 정 원장은 “토플(TOEFL), 텝스(TEPS), 토셀(TOSEL) 등 각종 인증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놓아야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며 “어느 학교가 어떤 시험에 가산점을 주는지, 이런 정보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외고 합격에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딸을 서울에 있는 특목고로 진학시킬지 고민하고 있는 이아무개(대구 수성구)씨는 “전 과목 성적이 뛰어나지만 서울에 있는 특목고는 입시 정보가 풍부한 특목고 전문학원에 보내지 않고는 합격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특목고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게 되면 여름방학 때 서울에 있는 학원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와 학원이 한몸이 돼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있는 현실 앞에 정부의 방침은 노골적인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주희 석진환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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