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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재미있는 통계 교실 아하~ 그렇구나!

등록 2007-03-04 19:34

지난달 23일 통계교육원과 서울지방통계청이 함께 연 ‘2007년 봄방학 어린이통계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통계교육원 황현식 교수(서 있는 이)한테서 컴퓨터를 활용해 원하는 통계를 찾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지난달 23일 통계교육원과 서울지방통계청이 함께 연 ‘2007년 봄방학 어린이통계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통계교육원 황현식 교수(서 있는 이)한테서 컴퓨터를 활용해 원하는 통계를 찾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OX퀴즈 풀면서 용어 익히고
기온 변화 그래프로 표현
“숙제 큰 도움 될 거 같아요”
어린이 통계교실 현장

통계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정책의 성과, 국민들의 삶과 의식, 앞으로 예상되는 사회변화상 등. 이런 점에서 통계는 사회를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돋보기이자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이나 대입 논술고사에 통계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릴 때부터 통계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면 사회를 과학적으로 보는 눈을 갖게 될뿐만 아니라 통합교과형 논술 대비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통계를 딱딱하고 어려운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통계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랑 즐겁게 놀 수는 없을까? 통계청의 어린이 통계교실 현장으로 가보자.

“우리나라 11살 여학생의 키와 몸무게는 2000년과 2005년 사이에 어떻게 변했을까요? 두 해의 수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한 화면에 띄워놓아보세요. 가장 먼저 찾는 학생에게는 상품을 드립니다.”

강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통계청의 통계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연령별·성별 초·중등학생 체격 정보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2분이 채 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소 차이가 났을뿐, 대부분의 아이들은 제법 능숙하게 원하는 답을 찾아냈다. 강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5년 사이에 키와 몸무게가 줄었나요, 늘었나요? 왜 그렇게 변했을까요?”

“약간 늘었어요. 5년 전보다 더 잘 먹어서요.”


“통계를 보면 이렇게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알 수가 있습니다. ‘왜 변했을까?’에 대한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사와 연구가 더 필요하겠죠?”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지방통계청 2층 교육실. 통계청 산하 통계교육원과 서울지방통계청이 함께 연 ‘2007년 봄방학 어린이통계교실’이 진행되고 있었다.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60명이 참여했다. 오후 수업인 ‘컴퓨터를 통한 통계체험’은 아이들이 직접 필요한 통계를 찾아 퀴즈를 푸는 형태로 이뤄졌다. 수업을 맡은 통계교육원 황현식 교수는 통계정보시스템 활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해준 뒤, 아이들에게 8개의 통계 관련 퀴즈를 냈다. 2006년 현재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수, 2004년 경기도의 논의 면적, 2035년 우리나라의 추정 인구, 미국과 일본의 2005년 인구 등을 찾는 문제였다. 물론 모두 통계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어린이 통계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검색을 통해 찾아 놓은 통계를 가리키며 즐거워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어린이 통계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검색을 통해 찾아 놓은 통계를 가리키며 즐거워하고 있다.
황 교수는 “통계를 찾을 때는 반드시 찾고자 하는 연도의 수치인지 확인하고, 읽을 때는 단위에 주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실수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예컨대, 인구의 단위는 천명이기 때문에 ‘120,000’이라고 적혀 있으면 ‘1억2천만명’이라고 읽어야 하는데 12만명이라고 읽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황 교수는 맨 마지막 활동으로 통계를 생활에 응용하는 문제를 냈다. “여러분이 정형외과 의사라고 가정합시다. 어디에 개업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아이들은 여러 가지 답변을 쏟아냈다. “교통사고 다발지역” “병원이 없는 곳” “공사장 옆” 등.

“선생님이 볼 때는 여러 답변 중에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는 답변이 가장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에 노인이 많이 사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통계정보시스템에서 지역별·연령별 인구를 검색하면 알 수 있겠죠?” 황 교수는 “이렇듯 통계는 우리가 사회 현상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미래를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설명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통계교실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본격적인 통계체험에 앞서 오전에는 ‘OX 퀴즈’를 통해 통계 용어 등 기본 개념을 익히는 수업을 했다. 서울 원신초등학교 장미현 교사와 서울 서신초등학교 박미라 교사가 강사로 나섰다. 모둠별로 통계를 직접 만들어보고 그래프로 표현하는 활동도 이뤄졌다. 한 모둠은 수업에 참여한 다른 친구들을 인터뷰해 장래 희망 직업을 조사한 뒤 통계를 내 원그래프로 나타냈고, 한 모둠은 신문에 실린 일주일치 일기예보 자료를 놓고 서울과 제주의 기온 변화를 꺾은선 그래프로 표현했다. 또 다른 모둠은 수업시간에 ‘좋아하는 친구’와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막대그래프로 나타냈다.

수업에 참여한 서울 신북초 6학년 김혜준(12)양은 “설문조사도 직접 해보고 통계정보시스템을 검색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통계가 우리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숙제나 공부를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통계를 통해 사회 현상을 정확하게 읽어내면서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다보면 사고력도 커지고 결과적으로 논술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 들여다 보면 보여요

왜 남자끼리 짝꿍해요?

왜 할머니가 더 많아요?

통계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통계청이 펴낸 통계동화 <선생님, 짝꿍 좀 바꿔주세요>는 초등학교 5학년 민호의 일상을 통해 통계가 우리의 삶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보여준다.

2년째 남자와 짝꿍을 하게 돼 잔뜩 심통이 난 민호.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왜 늘 여자 아이보다 남자 아이가 더 많지? 민호는 통계청의 인구동태통계에서 해답을 찾는다. 여자 아이 100명당 남자 출생자 수를 나타내는 출생 성비가 1980년대 중반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통계수치를 보게 된 것이다. 민호는 그제서야 요즘 들어 길거리에 ‘중국·베트남 처녀와 결혼’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많이 내걸리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민호에게 생긴 걱정거리 하나. ‘이다음에 내가 커서 장가갈 때 색시를 구하지 못하면 어쩌지?’

이뿐 아니다. ‘동네 노인정에 왜 할아버지보다 할머니들이 많이 계실까?’라는 민호의 궁금점을 풀어준 것은 아버지가 건네준 통계청의 남녀 평균수명 추이다. 민호는 또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65살 이상 인구가 점점 늘어나 2026년에는 20%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정년퇴임 뒤 학교 앞에서 붕어빵을 파는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통계는 정부 정책 수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의 경우, 학교 신축이나 교사 수급계획을 세울 때 연도별 출생자 수 통계를 근거로 삼는다. 노동부는 고령인구 변화 통계를 토대로 노인 일자리 늘리기 정책을 펴고, 일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는 통계는 여성을 위한 시설 확충 등 기업의 여성 근무환경 개선정책으로 이어진다. 지역별 인구이동 통계는 건설교통부의 도로 확충계획에 영향을 미친다. 수도권 전입인구가 전출인구보다 꾸준히 늘 경우 수도권 도로 확충에 힘써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의 키와 몸무게를 나타내는 신체발달 통계표는 의류업체가 연령대별로 어린이의 바지 길이를 얼마로 할지를 결정하는 데 꼭 필요하다. 가구회사가 책상과 의자 높이를 정할 때도 이 통계표를 활용한다.

통계에 익숙해지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수학은 물론 사회와 과학교과에서 각종 통계와 도표, 그래프는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요즘에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이나 논술고사에도 통계가 자주 등장한다. 얼마 전 실시된 연세대의 2008학년도 인문사회계열 모의 논술고사에는 ‘각국의 인구 대비 법조인구 및 변호사 1인당 인구’ 통계와 ‘한국의 인구 대비 변호사 수 및 법률상담 건수 추이’ 통계를 표로 제시하고, 두 표에 나타난 한국사회의 특징과 변화를 해석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김정란 통계교육원 교수는 “통계는 사회현상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객관적인 근거자료”라며 “통계 활용 능력이 떨어지면 문제 해결 능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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