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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담임·친구들 다함께 ‘7일간 반성의 108배’

등록 2005-03-27 18:52수정 2005-03-27 18:52

 간디청소년학교 남학생들이 자립 기초교과의 하나로 개설된 옷 만들기 수업 시간에 재봉틀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앉아 있는 이가 ‘현숙쌤’으로 불리는 김현숙 교사다.
간디청소년학교 남학생들이 자립 기초교과의 하나로 개설된 옷 만들기 수업 시간에 재봉틀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앉아 있는 이가 ‘현숙쌤’으로 불리는 김현숙 교사다.

대안학교 대안을 키운다

⑤간디학교 가보니

간디학교는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대명사로 꼽힌다. 대안교육운동이 불붙기 시작하던 1997년 3월 처음 문을 연 이래, 계속 가지를 쳐 현재 전국에서 4곳의 간디학교가 대안교육의 꽃씨를 퍼뜨리고 있다. 고등학교 과정인 경남 산청 간디학교와 경북 군위 간디자유학교, 중·고등학교 통합과정의 충북 제천 간디청소년학교, 중학교인 산청 간디마을학교가 ‘간디 가족’들이다. 산청 간디학교만 특성화학교로 인가를 받았고, 나머지는 모두 미인가 대안학교다. 이들은 이름뿐만 아니라 교육철학도 공유한다. 사랑과 자발성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은 ‘간디학교’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올해로 개교 9년째를 맞는 간디청소년학교 학생들의 삶과 배움의 과정을 살펴보면, 사랑과 자발성이라는 간디학교의 교육철학이 곳곳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사·학생 한자리 모여 ‘비폭력 선서’
가족회의 수시로 열어 규칙·벌칙 정해
수업은 대학처럼 듣고싶은 과목 선택

■우리는 일체의 폭력을 거부한다=간디학교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것이 폭력이다. 모든 교사와 학생들은 해마다 학기 초에 한자리에 모여 ‘비폭력 서약’을 한다. 신체적인 폭력, 성적인 폭력, 언어에 의한 폭력, 친구나 선후배 사이의 폭력,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 등 모든 종류의 폭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어떤 폭력에도 끝까지 저항할 것이며, 폭력의 피해를 입거나 목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공동체 식구들에게 알릴 것을 서약한다.

■사랑과 우정의 관계 맺기=이 학교 학생들은 교사들을 ‘쌤’이라고 부른다. 양희창 교장은 ‘양쌤’, 국어를 담당하는 장희숙 교사는 ‘짱샘’, 영어를 담당하는 오필선 교사는 ‘필쌤’, 옷 만들기를 담당하는 김현숙 교사는 ‘현숙쌤’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없다. “쌤~, 놀러 왔어요.”라고 말하며 거침없이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학생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김다은(16·3년)양은 “‘선생님’보다는 ‘쌤’이 훨씬 정겹고 부르기도 편하다”며 “선생님들이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져 무슨 얘기든 터놓고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후배 관계도 마찬가지다. 선배의 권위를 내세워 위계적 질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후배라고 해서 선배에게 높임말을 쓸 필요도 물론 없다.

■스스로 서는 학생, 기다려 주는 교사=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빚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을 비롯해 학교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문제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한다. 지켜야 할 규칙과 벌칙도 스스로 정한다. 그래서 이 학교에는 회의가 참 많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여는 가족회의는 가장 중요한 소통의 장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와 별도로 기숙사 회의도 수시로 열린다. 학년별로 ‘마음의 대화’ 시간을 마련해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3학년 두 남학생 사이에서 가벼운 폭력 사건이 벌어졌는데, 3학년 남학생들과 담임인 오필선 교사가 모여 회의를 연 뒤, 자발적으로 일주일 동안 밤마다 강당에 모여 함께 108배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가족회의 등을 통해 정하는 규칙과 벌칙은 매우 구체적이고 엄격하다. ‘새컴’(새벽에 남몰래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을 하다 걸리면 한 달 동안 전산실 출입이 금지되고, 게임을 하다 걸리면 한 학기 동안 금지된다. 학교 앞 가게 이용은 논란 끝에 완전히 금지하기로 했다. 허용할 경우, 무분별한 소비가 이뤄지고 몸에 좋지 않은 군것질을 자주 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유태영(15·2년)군은 “모든 규칙과 벌칙은 상황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는데, 규칙을 엄하게 할지, 아니면 느슨하게 할지는 그해 학생들의 ‘성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손진근 교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스스로 규칙을 정하면 잘 지키게 된다”며 “교사들이 기다려 주면 학생들이 오히려 더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배우고 싶을 때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운다=이 학교에서는 학생의 수업 선택권이 매우 중시된다. 대학교처럼 각 교과마다 여러 가지 과목을 개설해 두면, 학생들이 학기 초에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수강신청을 한다. 예를 들면, 이번 학기의 경우 국어는 △표현과 의사 소통 △삶을 가꾸는 글쓰기 과목이, 영어는 △기초영어 △고급영어Ⅰ △고급문법Ⅰ, Ⅱ 과목이, 과학은 △가치를 꿈꾸는 과학 △생명의 신비 등이 선택 과목으로 개설됐다. 각 과목에는 1학점부터 3학점까지 학점이 주어져 있는데, 한 학기당 최소 이수 학점만 채우면 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모두 개인별 시간표를 갖게 된다. 물론 수업이 없는 시간도 있다. 이 시간에는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한다. 학교 인근 산과 들로 놀러 나가기도 한다. 김태진(16·3년)군은 “우리 학교에서는 어느 누구도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각자 자기에게 필요하거나 관심이 있는 과목을 골라 공부할 수 있어서 배움이 즐겁다”고 말했다. 제천/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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