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왼쪽)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전국 대학 입학처장 협의회가 제안한 ‘내신 실질반영 비율 연차별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 올해 안 써먹을 뾰족한 제재 없어
‘내신 갈등’ 봉합 가능할까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대학 입학처장 협의회 회장단의 ‘내신 실질반영 비율 연차적 확대’ 제안을 받아들일 뜻을 내비치면서, 정부와 대학들의 ‘내신 갈등’이 마무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는 25일 종합적 입장과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들이 연도별로 구체안을 내는 것을 전제로 내신 실질반영 비율 연차적 확대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후 사태 전개는 교육부가 제안 수용 전제로 내걸고 있는 ‘연차별 내신 확대 구체안’을 내는 데 고려·서강대 등 ‘상위권’ 사립대들이 반발하는 점이 변수다.
그동안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2004년 발표된 2008 대입안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다시피 했다. 연세대·이화여대 등이 검토한 “올해 정시 전형에서 지난해처럼(평어 ‘우’ 이상 만점) 내신 1~4등급을 묶어 만점을 주는 방안”은, 사실상 ‘내신 무력화’ 방안이었다. 서울대가 내신 1·2등급 모두 만점 처리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숙명여대 등 중위권 대학들도 내신 등급을 묶거나, 등급 간 점수 차를 좁히는 식으로 내신 영향력을 줄이려 했다.
내신 1~4등급 만점안이 사회적 파문을 불러오며 청와대까지 나서면서, 상위권 대학들은 이 방안을 접었다. 이들 대학은 내신 등급을 묶는 방안을 일단 철회했다. 내신 실질반영 비율의 확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으론 불충분하다”는 교육부와 대학들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수시 2학기 원서 접수를 두 달 남짓 앞둔 일선 학교와 학생들은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
결국 여론의 압박에 눌린 교육부는 24일 전국대학 입학처장 협의회 회장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사태를 ‘봉합’하려는 태도다. 그러나 이미 ‘올해 내신 1·2등급 동점안을 바꿀 수 없다’며 교육부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서울대는 물론 사립대들마저 ‘올해는 내신 실질반영 비율을 어느 정도 높이겠지만 내년 이후에는 약속할 수 없다’고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다. 상위권 사립대들이 연차별 구체안을 내놓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은 정권이 바뀌는 ‘내년 이후’ 내신 강화를 약속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물론 올해 안에 써먹을 뾰족한 제재 방안을 갖고 있지 않은 교육부와 내신 중심 입시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상위권 대학들의 ‘이기주의’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최근 ‘2008 대입 정책이 흔들린다’는 거듭된 경고에도 제때 대응하지 않다가 갑작스레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면서 야기된 측면도 크다. 2008 입시안을 3년 전부터 추진한 교육부는 그동안 제도 시행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1~4등급 만점안이 나오고서야 갑자기 ‘내신 실질반영 비율 50% 확정과 등급 구분’을 요구하며 대학들을 압박했다. 청와대의 느닷없는 강공 드라이브에 교육부가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정부-대학간 내신갈등 사태 일지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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