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눈치보기에 학생·교사 입시 대비 속앓이
올해 대학 입시의 내신 반영 비중을 두고 정부와 대학들의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가고 있지만, 수험생들과 교사 등은 내신 실질반영 비율이 언제 확정되느냐며 답답해하고 있다.
예년에는 고교 3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이전인 2월 말까지 학생부와 대학 수학능력시험, 논술·면접 등 전형요소들의 반영비율, 학생부의 교과성적과 비교과 활동 평가의 반영비율 등이 상세히 공개됐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엔, 교육부가 ‘대학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18개월 이전(2008학년도 입시는 2006년 8월)까지 공표하도록 돼 있다. 예측 가능성을 높여, 수험생들이 안정적으로 입시에 대비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내신 실질반영 비율은 수험생들이 어느 대학, 학과를 선택할지 또 수시냐, 정시냐를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주요 대학들이 학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해 5월2일이다. 같은달 19일 전국 대학 입학처장들을 대표한 현선해 전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늦어도 7월 말까진 내신 실질반영 비율을 발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전국 대학들은 ‘2008 대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실질반영 비율 확정을 올해로 미뤘다.
전국 대학들의 자율적 협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해 11월 각 대학들에 △전형요소별 반영비율 △학생부의 학년별, 요소별(교과성적, 출결상황 등) 반영비율과 반영점수(기본점수, 총점)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등을 적도록 한 ‘보고 양식’을 보냈다. 올해 2월 말 ‘2008 대입 주요사항’을 발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대학들은 학생부 반영점수는 빈 칸으로 냈다.
이번 갈등을 겪으며 대학들이 실질반영 비율을 올려야 하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만큼, 대학들로서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내신과 수능이 등급제로 바뀜에 따라, 전형요소별 비중을 가늠하기 쉽지 않아 모의실험을 하느라 불가피하다’고 말해 왔다. 심지어 “정시모집(원서접수 12월20~26일)의 요강을 발표하는 11월 중순까지 확정하겠다”는 입학처장도 있다.
임덕준 서울 진명여고 교사는 “입시안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온 대학이 아직도 내신 실질반영 비율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기말고사를 1주일 남짓 앞둔 수험생들을 매우 불확실한 상황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 태도가 분명해지면 내신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 언제까지 발표할지를 (다른 대학들과) 상의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