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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너희들은 놀아~엄만 공부할게~

등록 2007-06-28 18:21수정 2007-06-28 19:25

공부하는 엄마들의 모임인 ‘놀자맘’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부하는 엄마들의 모임인 ‘놀자맘’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놀이교육모임 ‘놀자아’의 놀자맘
대한민국 엄마들은 참 고달프다. 아이를 낳아 건강하게 키우는 일부터 똑똑한 아이 만들기, 특목고·명문대 보내기 등 엄마에게 주어진 ‘의무’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각종 자녀교육 서적과 언론매체는 ‘특별한’ 엄마들의 ‘맹모삼천지교’를 칭송하느라 바쁘다. 아이를 그렇게 키우지 못하는 엄마들은 까닭 모를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은 ‘아이의 성공’이라는 담론의 무게에 짓눌려 속절없이 유보되기 일쑤다.

놀이교육 커뮤니티인 ‘놀며 자라는 아이들’(이하 ‘놀자아’ www.noljaa.co.kr) 회원들로 이뤄진 ‘놀자맘’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공부모임이다.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는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온라인상에서 놀이 정보를 나누다 ‘어른들은 공부를 통해 성장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2005년 공부모임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두 아이의 엄마로, 현재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지희(33·서울 중랑구)씨는 “엄마의 몸과 마음이 편하고 건강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고, 아이가 행복하려면 엄마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모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놀자맘 회원들은 미리 정한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차례씩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말도 주고받는다. “먼저 나를 살펴보고 나의 성장을 고민하자”는 모임 취지에 걸맞게, 이들은 부모의 역할, 아이와의 관계 등을 다룬 자녀교육 서적뿐만 아니라 심리학, 여성학, 인간관계학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공부한다. 마음 공부 및 몸 살리기와 관련된 책도 읽는다. 이달에 공부하고 있는 책은 미국의 정신과의사 스캇 펙이 쓴 <아직도 가야할 길>. 영적 성장에 이르는 길에 관한 책이다. 정기 모임 이외에도 1년에 2~3차례 정도는 엄마들끼리 집을 떠나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 초등학교 2학년과 6살짜리 아이를 둔 김현주(32·서울 종로구)씨는 “이전에 영어모임 등 다른 엄마모임에 참여할 때는 내가 아이들의 성적과 대학입시를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느껴졌다”며 “그러나 놀자맘에서는 내가 ‘나’로서 존중되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놀자맘이 제안하는 공부하는 어른 십계명
놀자맘이 제안하는 공부하는 어른 십계명

아이는 놀며 어른은 배우며 성장
함께 책 읽는 ‘엄마의 자아찾기’
애들 일은 애들한테 맡겨보세요

이들이 독서와 토론을 통해 얻은 결론은 “엄마와 아이가 모두 행복해지려면 엄마의 문제와 아이의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이 엄마가 고민하고 풀어야 할 성질의 문제인지 아니면 아이의 문제인지를 곰곰이 따져보자는 것이다. 만일 아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엄마가 나서 안달복달해봐야 관계만 나빠질 뿐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문제 분리하기는 결국 해결의 주체, 고민의 주체가 누가 돼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나의 욕심과 아이의 문제가 뒤엉켜 뒤죽박죽일 때 차분히 분리하기를 하다 보면 내가 나서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게 돼죠.”(이미경·34·경기 안산)

“아이와 갈등이 생겼을 때 아이에게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의 양육태도와 어린 시절 경험에서 문제가 비롯된 경우가 있더라고요. 이런 공부를 통해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이를 이해하게 되면서 관계가 더 좋아지기도 하더군요.”(최윤영·34·경기 구리)

이들에게 놀자맘 모임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임에서 충전한 에너지로 한 달을 버틴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경씨는 “경쟁적으로 사교육을 시키는 사회에서 ‘천천히 가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며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에 나가 서로 소통하고 공감과 지지를 받다 보면 내 생각을 지켜나갈 힘이 생긴다”고 했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 발 딛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엄마들인지라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을 듣다 보면 공부를 시작한 지 3년째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모임에 참여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늘 걱정되고 불안해요. 공부 좀 못하면 당장 도태될 것처럼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중심을 잃으면 나도 아이도 힘드니까 항상 도 닦는 마음으로, ‘아이보다 한 발자욱 뒤에서 쫓아가자’ 하고 스스로를 다잡곤 해요. 엄마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모두 공부 잘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이현숙(38·서울 서대문구)씨는 “앞으로도 내 욕심을 접고 ‘아이는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는 첫마음을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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