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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많이’ 보다는 ‘골라서’ 즐기고 느끼게

등록 2007-07-19 17:36수정 2007-07-19 21:50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어린이미술관을 방문한 유치원 어린이들이 전시실에 걸려 있는 초등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어린이미술관을 방문한 유치원 어린이들이 전시실에 걸려 있는 초등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주제·작품세계 미리 살피면 도움
정답이나 배운 것 확인하려 말고 느낌·생각 이끌 적절한 질문·대화를
[아이랑 부모랑] 방학특집 교실 밖 교실 ② 미술관

문화예술교육 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 몇 해 사이 박물관 못지않게 문턱이 낮아진 곳이 미술관이다. 그러나 ‘의무감’에 아이 손을 잡고 미술관까지는 갔지만 막상 전시실에 들어서면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부모들이 많다.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미술관 나들이 즐기는 법을 알아봤다.

■ 미술관에 가기 전에 =먼저 인터넷이나 책 등을 통해 전시의 주제와 화가의 작품세계 등을 살펴본다. 뮤지엄교육연구소 한경혜 책임연구원은 “이런 것들을 미리 읽어두면 작품 감상에 대한 흥미와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며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전시 중인 작품의 이미지와 설명들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호암미술관처럼 홈페이지에 전시감상용 교재를 올려놓은 곳도 있다.

도슨트(안내 해설자)가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는지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덕수궁미술관의 경우 매일 한 차례씩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전용 도슨트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호암미술관 등도 하루에 몇 차례씩 도슨트가 설명해주는 시간을 마련해놓았다. 단체 관람시 미리 요청을 하면 도슨트의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미술관이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대부분의 국·공립미술관에서는 전시와 연계한 무료 교육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미술관에 가면 오래 걷거나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편한 신발과 옷을 입는 게 좋다. 한경혜 연구원은 “미술관 관람은 작은 여행”이라며 “만일 엄마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간다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분 좋은 관람은 꿈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전시실에서는 =미술관에 도착하면 전시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안내소 등에 비치된 전시 안내물이나 리플릿을 구해 읽어보고 관람 계획을 세운다. 작품을 감상할 때는 차례대로 모든 작품을 자세히 보기보다는 우선 전체적으로 한번 둘러본 뒤 관심있는 작품을 골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교육 강사인 김윤주씨는 “한번에 다 보고 다시는 미술관에 안 올 것처럼 아이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욕심내지 말고 아이가 볼만한 작품 두셋 정도를 골라 충분히 비교해가며 감상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오명숙 ‘새롭게 보는 박물관학교’ 대표는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듯이 아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보게 하라”고 조언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그 앞에서 자세히 관찰하며 전체적인 느낌은 어떤지, 왜 흥미를 끄는지, 작품을 보면서 떠오르는 경험은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보게 하라는 것이다. 오 대표는 “미술 감상은 한마디로 자신과의 대화”라며 “흥미를 끄는 작품부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따라가며 감상을 하다 보면 그림을 보는 눈도 저절로 길러지게 된다”고 말했다.

작품을 매개로 아이와 대화를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정답’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교육 강사인 김신원씨는 “미술 감상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며 “아이들이 작품에 대한 첫 느낌과 생각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배경이나 경향과 같은 지식은 충분히 느끼고 생각한 뒤에 알아도 늦지 않다.

대화를 통해 느낌과 생각을 이끌어내려면 적절한 질문이 필요하다. △작품을 보니까 무슨 생각이 떠올라? △작품을 본 느낌이 어때? △이 작품은 뭘 표현한 걸까? △작품의 제목이 뭘까? △작가가 왜 이렇게 그렸을까? △이 작품을 그렸을 때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너도 그런 마음이 든 적이 있었니? △너라면 그런 마음을 어떻게 표현했을 것 같아? 등이 미술관 교육 전문가들이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뭔가를 알고 있는지, 새로 배운 게 뭔지를 자꾸 확인하려 드는 질문을 하는 것은 아이를 미술관에서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다. ‘본전’ 생각에 부모가 성이 찰 때까지 아이에게 억지로 작품을 볼 것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한경혜 연구원은 “미술관은 가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며 “부모가 욕심을 버리고 오늘 못 본 것은 다음에 와서 봐도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아이가 미술관을 놀이터처럼 친근하게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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