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올해 졸업생 56%가 대학행…“특별전형 도입 영향”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실업계 고교 졸업생들의 진로가 다양화하는 좋은 면이 있으나, 대학 진학률이 취업률보다 높아지는 상황은 실업계 교육의 본모습이 어그러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2월 서울 지역 실업계 고교 79곳을 졸업한 학생 2만4327명의 진로를 조사해 봤더니, 전체의 13.2%인 3217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실업계 고교 졸업생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2001년(졸업연도 기준) 4.0%에서, 2002년 4.8%, 2003년 6.3%, 2004년 10.3%로 꾸준하게 증가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2004년에 큰 폭으로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것은 2004학년도 대입부터 실업고생이 동일계 대학에 진학할 경우, 정원의 3% 범위 안에서 특별전형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한 새 대입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합칠 경우 실업계 고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56.1%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이에 따라 실업계 고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지난해 49.7%에서 올해 41.0%로 낮아졌다.
4년제 대학 진학자의 50%인 1607명이 서울 지역 대학에 진학했다. 23.8%(766명)가 서울을 뺀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다. 전문대에 진학한 학생도 42.9%인 1만426명으로 지난해(35.1%)보다 크게 늘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고급 인력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데다, 실업계 고교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가 쉬워지면서 갈수록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ㅅ공고 3학년 노아무개(18)군은 “실업계 고교 동일계 특별전형 실시와 수능 직업탐구영역 신설 등 대입제도의 변화로 대학 문이 넓어지면서 대학에 가려는 학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의 한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는 박아무개(19)씨는 “수시전형 등을 통해 내신만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이 많아, 취업보다는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서울공고 이성주 교사는 “진학 요구에 맞춰 입시에 필요한 교과에 신경을 쓰다 보면 아무래도 실업계 학교 고유의 전문교과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학 진학으로 인한 실업계 교육의 파행을 우려했다. 이 교사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학력·학벌주의 사회에서 주변부로 취급되는데다 대졸자가 하향 취업해 고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실업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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