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이 17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7개 대학 공동 입학설명회에서 각 학과·학부 등의 ‘합격 안정권’이라며 지난해 수능 각 영역 등급을 공개하고 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입학설명회서 모집단위별 합격 하위 25% 평균
“논술, 무한 파괴력” 발언도…“서열화” 비판
“논술, 무한 파괴력” 발언도…“서열화” 비판
고려대가 지난 17일 ‘7개 대학 공동 입학설명회’에서 학과·학부 등 모집단위별로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의 ‘합격 안정권’ 등급을 공개해, ‘수능 성적에 따른 학과·대학 서열화’ 논란과 함께 점수 경쟁을 부추기는 처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이날 서울 이화여대에서 연 서울 7개 사립대 공동 입학설명회에서, 2007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가운데 상위 75% 수능 등급 커트라인을 공개하며 “2008학년도에도 이 정도 등급은 돼야 안정권일 것”이라고 말했다. 각 학과·학부의 합격자 상위 75%의 ‘수능 합격선’을 공표한 것이다.
박 처장은 학과·학부·대학 등 모집단위별로 언어·수리·외국어·탐구 영역의 등급을 나열했는데, 어떤 모집단위는 언어·수리 1등급, 외국어 2등급, 탐구 1.67등급(선택 세 과목 평균)이었고, 다른 모집단위는 언어 2등급, 수리 3등급, 외국어 2등급, 탐구 2.33등급이었다.
고려대는 올해 3월 ‘상위 75% 학생의 수능 등급’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비판이 거세자 이 방침을 접었으나, 이날 공동 입학설명회에서 공개를 강행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박 처장이 “홈페이지에는 없다. 여기(입학설명회장)까지 왔는데 이런 정보는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스크린에 비춘 ‘수능 등급표’ 화면을 몇분 뒤 닫으려 하자, 일부 학부모들은 “조금만 더 보여 달라”며 베끼느라 부산을 떨었다. 사설 입시 학원들은 대개 상위 80∼85% 선을 ‘지원 가능 점수’로 잡아 수능 배치표를 만든다.
박 처장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공개했다”며 ‘학과·대학 서열화 우려’와 관련해 “누구나 아는 현실을 숨기면 혼란만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올해 정시와 수시2학기 모집에 ‘수능 우선선발제’를 하며 수능 중심 전형안을 내놓아, 고교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시하자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취지에 역주행을 거듭했다. 박 처장은 올해 3월엔 ‘논술 변별력은 떨어진다’고 했으나, 이날은 “정시모집 수능 우선선발에선 논술이 무한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은 “고려대가 지나친 점수 경쟁과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자는 사회적 책무를 도외시한 채, 학생들을 수능 성적으로 줄세우는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학 서열화 경쟁을 촉발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수범 이완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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