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 18곳만 골라 ‘문제점’ 설문
“대학이 나서 제도 흔들기 부적절” 비판
“대학이 나서 제도 흔들기 부적절” 비판
전국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등급제 논란과 관련해 일부 대학들을 상대로 긴급 의견 수렴에 나서, 대학 입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대교협이 되레 혼선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몇몇 대학 입학처장들은 수시 전형을 하고 있고 정시모집을 앞둔 시점임을 들어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교협은 지난 11일 서울·연세·고려대 등 수도권 대학 18곳에 ‘수능 등급제 전환에 따른 회원 대학 의견 수렴’이라는 설문지를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수능 등급 활용의 장점, 문제점 및 어려운 점, 개선 방안’ 등을 묻고 이튿날인 12일 오전 10시까지 응답해 달라고 했다.
강희돈 대교협 학사지원부장은 “수능 등급제로 사회적으로 혼란이 크고, 여러 대학 총장들도 관심을 가져 대학들의 의견을 모아 본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 회장인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지난 10일 “수능 반영 폭을 대학 자율로 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혼란이 왔다고 본다”며 “대교협 차원에서 논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설문지를 받은 일부 대학 입학 책임자들은 ‘성급한 처사’라고 말했다. 문흥안 건국대 입학처장은 “등급제 수능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겨우 며칠 앞둔 시점에서는 부적절하다”며 “입시가 끝난 뒤 대입 제도의 장단점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제남 인하대 입학처장은 “3년 전부터 예고된 제도였다”며 “대선 후보는 물론 대학 총장들까지 나서 교육제도를 정치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대학 입학처장은 “누구의 의견을 쓰라는 건지, 설문 자료는 어떻게 쓰이는지 등을 전혀 모르겠다”며 “장단점이 있는 제도를 대학 쪽이 나서서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대학은 소수였다. 강희돈 대교협 부장은 “의견을 보내온 대학은 서너 곳에 불과해 입시가 끝난 뒤에나 의견 수렴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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