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정책 비판 잇따라
수능 아닌 과목 ‘잠자는 교실’ 재연 우려
부유층 학생에 유리 “교육 양극화 심화”
수능 아닌 과목 ‘잠자는 교실’ 재연 우려
부유층 학생에 유리 “교육 양극화 심화”
이명박 차기 정부가 추진하려는 대학 수학능력 시험(수능) 점수제 회귀 등의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과 ‘고교 다양화’ 정책이,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이지 못한 채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내몰아 ‘교실 붕괴’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특수목적고 등이 늘어나면 초등학생 시절부터 입시 경쟁에 내몰리면서 교육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능 점수제 회귀로 고등학교 현장은 벌써 수능 점수 올리기에 돌입했다. 23일 서울 한 고교에서 만난 ‘예비 고3’ 학생들은 “이제 수능 대비에 전념해야 하느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사들은 진학지도 방향 돌리기에 바빴다. 그동안 교육당국이나 학교에서 강조해 온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내신)이 약화될 게 분명하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당장 3학년 1학기 교실 수업부터 파행과 혼선이 예상된다. 한 고교 교사는 “개학하면 수능 과목이 아닌 과목은 학생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10년 전 학생들이 학원에서 수능 공부하고 교실에선 잠을 자는 ‘교실 붕괴’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이 학생부나 수능의 반영비율을 자율로 정하게 되면,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 등의 입학 경쟁이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표대로 ‘대학 입학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유지해도, 대학이 수능만으로 선발한다면 자율고·특목고 수요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급학교 진학 경쟁에는 경제력 있는 가정 자녀들이 사교육에 힘입어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잘사는 이들이 교육 기회에서도 더 유리하게 되는 계층 차별적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학교별 공개’ 정책까지 강행하면, 중학교는 자율고 등의 진학 실적, 고교는 대학 진학 실적 등에 매달려 초·중·고교 공교육 현장이 완전히 ‘입시전쟁터’로 바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종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은 “1970년대 같은 점수 줄세우기 교육으로 퇴행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차기 정부의 교육 철학과 정책 기조가 21세기를 살아갈 창의력 있는 인재를 기르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서둘러 ‘땜질식’ 교육 정책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송인수 좋은 교사운동 전 대표는 “아이들에게 위협적인 정책을 그렇게 바삐 내놓다니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사구시와 거리가 먼 이념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태 원장은 “정책의 옮고 그름을 떠나 인수위가 공청회도 한 차례 없이 교육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월권이며 조급성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이수범 최현준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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