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공교육 현장 무시…현실적 목표 세워야”
이명박 차기 정부가 염두에 둔 ‘영어교육의 목표치’는 어느 수준일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고교만 졸업해도 웬만한 생활영어를 거침없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어교육 관련 공약에서는 “누구나 고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약속을 ‘영어교육에 힘을 싣겠다’는 정치적 수사로 받아들이면서도, 좀더 차분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홍완기(서울 용산고 교사) 전국영어교사모임 회장은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할 수도 없지만, 잘할 필요도 없다”며 “장밋빛 청사진보다 지금의 사회적 여건에서 이를 수 있는 현실적 목표를 세워야 교사든 학생이든 제대로 공부하고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꽤 높은 편이다. “원어민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영어권 대학에서 공부할 때 도움이 되게”, “일상회화를 할 수 있게” 등이다. 이는 영어를 ‘제2공용어’쯤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영어교육학자들은 분석한다.
이런 수준의 영어구사 능력을 갖추려면 초등 3년~고교 3년까지 950여 시간에 그치는 학교 영어교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길영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인수위의 발표는 미래지향적으로 봐야 한다”며 “공교육 현장을 보면 무리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때문에 인수위가 말하는 고졸자의 의사소통 능력을 두고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대 수준은 잔뜩이나 높게 두고, 학교 영어교육만을 문제삼는 것은 적절한 접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우리 현실에서 영어 실력은 특목고 입시, 대학 입시, 입사시험, 승진 등에서 핵심 잣대로 활용되는 ‘수문장’ 구실을 한다”며 “그런데 고교를 졸업할 때 이를 수 있는 영어 목표를 어느 수준으로 잡을지 합의를 이루지 않은 가운데 영어 사교육을 잡겠다고 하는 것은 황하를 맑게 바꾸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최현준 이수범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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