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농촌아이들 ‘방과후’ 넉넉히 품습니다

등록 2008-05-05 22:45

느티나무 공부방 아이들과 교사들이 운동장에 있는 원두막에 모였다. 앞에서 세번째 줄 맨 왼쪽이 조성희 충남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이고, 맨 오른쪽이 연극을 담당하는 윤달기 교사다.
느티나무 공부방 아이들과 교사들이 운동장에 있는 원두막에 모였다. 앞에서 세번째 줄 맨 왼쪽이 조성희 충남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이고, 맨 오른쪽이 연극을 담당하는 윤달기 교사다.
공주 봉헌리 청소년 문화학교 느티나무
상근교사 10명 다양한 프로그램
인근 도시아이들에겐 농촌체험도
“혼자였는데…이젠 함께 놀고 공부”

한적한 시골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느티나무를 보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진다. 몸을 기댄 채 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아래에 앉아 누군가하고 담소를 나눠도 좋을 듯하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봉현리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 자리잡은 ‘청소년 문화학교 느티나무’는 이 마을 아이들에게 꼭 느티나무와 같은 공간이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20여명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느티나무’가 운영하는 공부방으로 온다. 일찍 온 아이들은 교실에 책가방을 던져 놓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거나 삼삼오오 모여 숙제를 한다. 아이들이 모두 모이면 공부방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2시간 가량 공부를 한다. 수요일에는 연극, 미술 등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국어, 영어, 수학, 컴퓨터 등을 배운다.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코흘리개 시절부터 오빠를 따라 공부방에 왔다는 초등학교 4학년 차수미양은 “집에 있으면 함께 놀 친구도 없고 심심해서 컴퓨터만 하게 되는데 여기에 오면 또래들과 어울려 놀 수 있고 숙제와 공부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느티나무’는 충남지역 교사와 교수들이 주축이 돼 만든 민간 지역교육 연구단체인 충남교육연구소가 운영하는 ‘학교 밖 배움터’다. ‘느티나무’와 이 마을의 인연은 연구소가 설립 이듬해인 2001년 이 마을의 폐교(옛 봉현초등학교)로 옮겨 오면서 시작됐다.

“비록 지금은 학교가 문을 닫아 더 이상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이곳도 폐교 되기 전까지는 여느 농촌 학교와 마찬가지로 마을 공동체의 구심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왕 이곳에 자리를 잡기로 했으니, 이 공간을 다시 마을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자고 마음 먹었죠.” ‘느티나무’의 터줏대감인 조성희 충남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도시와 달리 아이들이 드물고 서로 집이 멀찍이 떨어져 있어 각자 집에서 ‘고립된 섬’처럼 지내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더욱이 농촌에는 조손·한부모 가정이 많아 집에서도 안정적인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집에 틀어박혀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이 많았다. 느티나무 공부방은 이런 필요에 따라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조 국장과 연구소 회원 교사들이 돌아가며 공부방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다 2006년에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에 ‘농촌 청소년을 위한 문화학교 운영’ 사업이 선정돼 지원을 받으면서 10명의 상근교사를 둘 수 있게 됐다.

‘느티나무’는 공부방 이외에 주말학교, 계절학교, 농촌문화체험학교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토요 휴업일’이 생기면서 시작된 주말학교에서는 농촌지역 및 인근 도시지역 아이들에게 농촌체험, 과학탐구, 진로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진로탐색 및 직업체험 프로그램인 ‘농촌 청소년 진로탐험대’, 미디어 창작 프로그램인 ‘촌마을 연극·영상 이야기 마당’을 1년 동안 진행했다. 올해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1년 동안 마을 곳곳을 둘러보고 글과 그림, 연극 등으로 표현하는 ‘철따라 걸어가는 문화예술의 향기 넘치는 마을길’이라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했다.


계절학교는 여름·겨울방학 때 3박4일 동안 이뤄지는 프로젝트형 캠프다. 원두막 짓기, 황토집 만들기, 뗏목 만들기 등 주제를 정해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배워 나간다. 대부분의 주제들이 농촌의 여름·겨울 나기와 관련된 것들이다. 지난해 겨울 계절학교의 주제는 ‘농촌의 자연과 삶을 통해 배우는 과학’이었다. 여름 계절학교는 국제워크캠프기구 소속의 외국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하는 국제문화비교체험 캠프 형태로 진행된다. 농촌문화체험학교는 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단체로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할 경우 이뤄진다. 마을 주민들이 강사로 참여해, 멧돌로 콩을 갈아 두부 만들기, 떡메치기, 이엉 얹기, 탈곡, 황토염색 등의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느티나무’ 교육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 안과 밖이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는 구조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연구소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직 초·중·고교 교사들이 ‘느티나무’의 주말·계절학교 프로그램 기획에 힘을 보태고, ‘느티나무’의 교사들은 지역 학교의 과학캠프, 특별활동, 현장체험학습 등을 맡아 학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도 한다. ‘느티나무’ 교육프로그램의 상당수가 농촌의 삶과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에 마을 어른들도 교사 연수나 학생 지도에서 큰 몫을 한다. 조 국장은 “느티나무 학교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와서 기대며 쉬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배움이 이뤄지는 쉼터이자 배움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을 공동체가 복원되고 아이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주/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문세 ‘옛 사랑’·아이유가 왜…이재명 공판에 등장한 이유는 1.

이문세 ‘옛 사랑’·아이유가 왜…이재명 공판에 등장한 이유는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2.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윤 ‘체코 원전 수주’ 장담했지만…‘지재권’ 걸림돌 못 치운 듯 3.

윤 ‘체코 원전 수주’ 장담했지만…‘지재권’ 걸림돌 못 치운 듯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4.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5.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