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랑 부모랑] ‘베이비 사인’ 주고받기

베이비 사인은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부모와 나누는 몸짓 언어다. 사진은 엄마와 아이들이 베이비 사인을 배우고 있는 모습. 한국베이비사인연합회 제공 갓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아기의 몸짓 하나하나는 커다란 기쁨이자 놀라움이다. 아기가 처음으로 엄마와 눈을 맞추고, 아빠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표정을 지을 때마다 부모는 아이에게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경험한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지 정확히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아이의 언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을 하기 이전 시기의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컵’, ‘모자’와 같은 물건 이름부터 ‘좋다’, ‘싫다’ 등의 감정 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베이비 사인’을 부모에게 보낸다. 문승윤 한국베이비사인연합회장은 “많은 부모들의 경우 아이가 보내는 무수한 ‘베이비 사인’들을 별 생각없이 스쳐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의 몸짓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자극을 주는 활동이 아이의 언어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베이비 사인은 말을 하기 이전 시기의 아기와 간단한 손동작으로 생활 속 언어를 나누는 방법이다. 사실 많은 부모들은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와 베이비 사인을 주고받는다. 아빠가 출근할 때 손을 맞잡고 ‘바이 바이’를 한다든지, “안녕하세요”라고 할 때는 고개를 숙인다든지 하는 것들이 모두 베이비 사인이다. 문 회장은 “아이가 보내는 몸짓 하나하나에는 특별한 의미들이 있다”며 “부모가 아이들이 보내는 몸짓을 따라해 보고 몸짓에 대해 말로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등의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좀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짓을 통한 소통이 활발해지면 아이와 부모 사이에 통하는 신호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가 베이비 사인을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는 시기는 생후 8~9개월 무렵이다. 이 때쯤이면 아이는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다양한 손짓을 할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관계와 소통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문 대표는 “이 시기가 되면 아이들이 물건과 단어의 뜻을 연결해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눈 앞에 보이는 물컵을 ‘컵’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는 대신 손짓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단어를 표현한다. 예컨대 ‘컵’이란 단어를 표현할 때는 컵으로 물을 마시는 동작을 하는 식이다. 문 회장은 이 때 부모가 아이의 동작을 따라하며 아이가 의도한 바를 언어로 바꿔 얘기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당장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물 마시는 동작을 반복하며 “이건 컵이야, 물을 따라 마실 때 쓰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과정을 반복하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언어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게 된다. 아이가 우유를 먹고 싶다는 몸짓을 했을 때 그저 우유병을 물리기보다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우유’ 에 대해 아이에게 얘기해주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아이의 지각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문 회장은 조언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는 우유가 먹고 싶을 때 마냥 울기보다는 몸짓으로 우유를 표현할 수 있게 되고, 아직 모르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몸짓으로 표현해 보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된다. 아이가 몸짓을 이용한 소통에 익숙해지는 것이 자칫 말을 배우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문 회장은 “신기하게도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몸짓보다 말로 대화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말이 몸짓보다 효율적인 의사전달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문 회장은 “오히려 아이들이 ‘엄마’나 ‘맘마’와 같은 말은 직접 소리내어 말하고, 발음하기 어려운 ‘그네’ 나 ‘텔레비전’ 같은 단어는 베이비 사인으로 말하는 등의 방식으로 더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부모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말을 배우기 마련이다. 굳이 베이비 사인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이가 말을 배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언어를 습득하기 이전 아이들이 의존하는 표현 수단들에 좀더 관심을 갖는다면 아이와의 소통이 한결 원활해질 수 있다. 문 회장은 “아이의 몸짓을 보면서 그저 즐겁고 신기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높이에서 소통해보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면 아이는 좀더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과 의사를 소통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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