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미리 자녀와 상의해 적절한 공부 계획을 세우는 등 부모가 먼저 자녀교육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나를 위한 학습’ 동기부여
하루 목표량 계획 세우고
결과 아닌 과정에 보상을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하나.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아이가 기말고사 대비 문제집을 편다. 엄마는 아이를 ‘끼고 앉아’ ‘족집게 과외’를 시작한다. “이 문제는 꼭 나올 거야. 그러니까 확실히 외워둬야 해.” “이런 문제가 나오면 이렇게 답을 고르면 돼. 알았지? 다음 문제 풀어 볼까?” 아이는 지겨워 연방 몸을 비틀지만, 시험범위를 다 끝낼 때까지 ‘엄마표 과외’는 계속된다. 이렇게 엄마가 나서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이의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학습법 전문가인 신을진 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는 “학습량이 적고, 엄마 눈에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가 빤히 보이는 초등학교 때는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에게서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빼앗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학년이 올라가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지 않았을 경우 정작 진짜 공부해야 할 시기에 엄마와 아이 모두 무기력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공부계획 세우기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려면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킬 게 아니라 하루에 어느 정도 공부할지 부모와 아이가 미리 약속을 정해야 한다. 약속을 정할 때는 ‘시간’보다는 ‘학습량’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영어, 5시부터 6시까지는 수학’ 이런 식으로 약속을 정하지 말고 ‘하루에 영어책 8쪽 읽기, 수학 문제집 10쪽 풀기’와 같이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살다 보면 갑자기 친구가 놀러 오거나 꼭 보고 싶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생기는 등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시간을 중심으로 공부 계획을 세워두면 지키기가 어렵다. 지키지 못하는 계획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실망감만 키우고 공부 의욕을 떨어뜨린다. 또 계획표상으로 공부를 시작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경우 부모의 잔소리만 늘기 십상이다. 신 교수는 “특히 초등학생들은 아직 시간 개념이 부족해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라며 “아이들이 인식할 수 있는 ‘활동’ 중심으로 약속을 정해야 실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보상은 이렇게 부모들이 가장 흔히 하는 잘못이 ‘1등 하면’ 또는 ‘100점 맞으면’과 같은 조건을 내걸고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을 뿐더러 부작용도 크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적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했지만 조건에 못 미쳐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감을 잃게 되고, 다음부터는 지레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조건으로 내건 점수에 조금 못 미칠 경우, 보상을 안 주자니 너무 야박하게 느껴지고, 주게 되면 아이가 ‘목표에 못 미쳐도 상을 주는 거구나’ 하고 생각해 다음에도 그런 기대를 하게 돼 약속의 의미가 퇴색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 교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보상을 주라”고 조언했다. 과목별로 하루에 공부할 분량을 정한 뒤 매일 점검해 미리 약속한 만큼 지켰으면 성적과 상관없이 보상을 하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보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상 그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 오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다. 계획한 대로 실천했을 경우 텔레비전 보기, 만화책 보기, 음악감상, 부모님과 외식하기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방식이다. ■ ‘엄마 위한 공부’는 안돼 “나 밥 안 먹어!” 어린 아이들이 엄마에게 떼를 쓸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수’를 가르친 것은 바로 부모다.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부모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쫓아다니며 밥을 먹이곤 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자기가 밥을 안 먹으면 엄마 아빠가 더 마음아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밥은 엄마 아빠를 위해 ‘먹어주는’ 게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나 공부 안 해”라는 말을 들으면 부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엄마 아빠를 위한 공부’가 되지 않게 하려면 부모가 공부 앞에서 담담해질 필요가 있다. 설령 아이가 공부 약속을 안 지키더라도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라거나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며 흥분해서는 안 된다. 사교육도 아이가 부모를 위해 감담해야 하는 ‘벌’이 아니라 부모가 나를 위해 제공하는 ‘혜택’으로 여기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수학 성적이 이게 뭐야. 너 학원 다녀!”라고 하기보다는, 아이에게 더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주되 아이가 “학원 다녀 볼 게”라는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신 교수는 “학원에만 보내면 아이가 공부할 걸로 믿는 것은 부모의 착각”이라며 “아이가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충분히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하루 목표량 계획 세우고
결과 아닌 과정에 보상을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하나.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아이가 기말고사 대비 문제집을 편다. 엄마는 아이를 ‘끼고 앉아’ ‘족집게 과외’를 시작한다. “이 문제는 꼭 나올 거야. 그러니까 확실히 외워둬야 해.” “이런 문제가 나오면 이렇게 답을 고르면 돼. 알았지? 다음 문제 풀어 볼까?” 아이는 지겨워 연방 몸을 비틀지만, 시험범위를 다 끝낼 때까지 ‘엄마표 과외’는 계속된다. 이렇게 엄마가 나서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이의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학습법 전문가인 신을진 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는 “학습량이 적고, 엄마 눈에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가 빤히 보이는 초등학교 때는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에게서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빼앗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학년이 올라가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지 않았을 경우 정작 진짜 공부해야 할 시기에 엄마와 아이 모두 무기력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공부계획 세우기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려면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킬 게 아니라 하루에 어느 정도 공부할지 부모와 아이가 미리 약속을 정해야 한다. 약속을 정할 때는 ‘시간’보다는 ‘학습량’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영어, 5시부터 6시까지는 수학’ 이런 식으로 약속을 정하지 말고 ‘하루에 영어책 8쪽 읽기, 수학 문제집 10쪽 풀기’와 같이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살다 보면 갑자기 친구가 놀러 오거나 꼭 보고 싶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생기는 등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시간을 중심으로 공부 계획을 세워두면 지키기가 어렵다. 지키지 못하는 계획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실망감만 키우고 공부 의욕을 떨어뜨린다. 또 계획표상으로 공부를 시작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경우 부모의 잔소리만 늘기 십상이다. 신 교수는 “특히 초등학생들은 아직 시간 개념이 부족해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라며 “아이들이 인식할 수 있는 ‘활동’ 중심으로 약속을 정해야 실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보상은 이렇게 부모들이 가장 흔히 하는 잘못이 ‘1등 하면’ 또는 ‘100점 맞으면’과 같은 조건을 내걸고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을 뿐더러 부작용도 크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적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했지만 조건에 못 미쳐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감을 잃게 되고, 다음부터는 지레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조건으로 내건 점수에 조금 못 미칠 경우, 보상을 안 주자니 너무 야박하게 느껴지고, 주게 되면 아이가 ‘목표에 못 미쳐도 상을 주는 거구나’ 하고 생각해 다음에도 그런 기대를 하게 돼 약속의 의미가 퇴색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 교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보상을 주라”고 조언했다. 과목별로 하루에 공부할 분량을 정한 뒤 매일 점검해 미리 약속한 만큼 지켰으면 성적과 상관없이 보상을 하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보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상 그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 오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다. 계획한 대로 실천했을 경우 텔레비전 보기, 만화책 보기, 음악감상, 부모님과 외식하기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방식이다. ■ ‘엄마 위한 공부’는 안돼 “나 밥 안 먹어!” 어린 아이들이 엄마에게 떼를 쓸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수’를 가르친 것은 바로 부모다.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부모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쫓아다니며 밥을 먹이곤 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자기가 밥을 안 먹으면 엄마 아빠가 더 마음아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밥은 엄마 아빠를 위해 ‘먹어주는’ 게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나 공부 안 해”라는 말을 들으면 부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엄마 아빠를 위한 공부’가 되지 않게 하려면 부모가 공부 앞에서 담담해질 필요가 있다. 설령 아이가 공부 약속을 안 지키더라도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라거나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며 흥분해서는 안 된다. 사교육도 아이가 부모를 위해 감담해야 하는 ‘벌’이 아니라 부모가 나를 위해 제공하는 ‘혜택’으로 여기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수학 성적이 이게 뭐야. 너 학원 다녀!”라고 하기보다는, 아이에게 더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주되 아이가 “학원 다녀 볼 게”라는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신 교수는 “학원에만 보내면 아이가 공부할 걸로 믿는 것은 부모의 착각”이라며 “아이가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충분히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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