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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참교육 ‘씨앗’ → 교사이익 ‘집착’ →동력 약화로 안팎 위기

등록 2009-05-21 11:54수정 2009-05-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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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창립뒤 조합원 1527명 파면·해임 시련
99년 합법화 뒤 조합원 권익 대변에 치우쳐
교원평가 반대투쟁에 진보진영조차 등돌려
기로에 선 스무살 전교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오는 28일 창립 20돌을 맞는다. 창립 뒤 한동안 전교조는 ‘교육 희망’이었고 ‘참교육’의 대명사였으며, 교사들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전교조에는 새로운 꼬리표가 하나 붙었다. ‘교직 사회의 기득권에 집착하는 이익집단’이라는 비판이다. ‘우군’인 진보진영에서조차 전교조와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성년을 맞은 전교조 내부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은 이유다. 전교조 20년의 공과와 안팎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① 전교조 20년 ‘빛과 그림자’

“겨레의 교육 성업을 수임받은 우리 전국의 40만 교직원은 오늘 역사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결성을 선포한다. 오늘의 이 쾌거는 학생, 학부모와 함께 우리 교직원이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겠다는 엄숙한 선언이며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 실천을 위한 참교육 운동을 더욱 뜨겁게 전개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민족과 역사 앞에 밝히는 것이다. …<중략>… 동지여! 우리의 사랑스런 제자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 굳게 뭉쳐 싸워 나가자!”

1989년 5월28일 따사로운 봄 햇살이 쏟아지던 연세대 교정. 대학생들이 교내로 진입하는 경찰과 대치하는 동안 윤영규(2005년 작고) 교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결성 선언문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우리나라 교육운동사의 새 지평을 연 전교조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경찰의 원천봉쇄 탓에 결성식은 80여명의 교사만이 참석한 가운데 10분 만에 끝났다. 당시 결성식에 참여한 황호영 서울 녹천중 교사는 “해직과 투옥 등 험한 가시밭길을 예감했지만, 참교육을 갈망하던 교사로서 교육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생각에 북받치는 감격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전교조는 창립 첫해 윤영규 위원장 등 지도부가 대거 구속되고, 조합원 1527명이 파면·해임되는 등 큰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전교조는 정부의 탄압과 보수언론의 ‘색깔 공세’에도 교육 현장에서 ‘촌지 안 받기 운동’을 벌이고, 교과모임을 창립해 대안적인 수업과 학급운영 사례를 만들어 내는 등 교단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참교육의 깃발을 올린 지 10년째인 99년 1월 마침내 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교조는 합법 노조가 됐다. 당시 전교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어떤 경우에라도 우리는 교육적 입장에서 우리의 권익보다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참교육의 주체세력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개혁에 앞장설 것이며, 조합원 권익단체로 머무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합법화 이후 이런 ‘초심’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받았다. 참교육을 외치면서도 정작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이해가 대립하는 사안에서는 교사의 기득권 보호에 더 앞장섰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합법화 이후 첫 이슈가 학생의 교과선택권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7차 교육과정 도입 문제였는데, 전교조는 교사의 노동유연화 우려를 내세우며 반대 투쟁을 벌였다”며 “이처럼 학생과 교사의 이해가 상충할 때 기존 주장을 뒤집으면서까지 교사의 이해를 반영하려 했던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전교조는 그 과정에서 연가투쟁이라는 수단을 썼는데,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교사의 이익을 지키려고 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조합원이면서 교육평론집 <학교 개조론>을 써 전교조에 쓴소리를 해온 이기정 서울 창동고 교사는 “전교조는 합법화 이후, 국민들의 눈에 ‘기득권 지키기 투쟁’으로 비치는 7차 교육과정·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교원평가 반대투쟁에 주로 힘을 쏟았다”며 “전교조에 우호적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조합원과 국민들이 지지하는 ‘교장선출보직제’나 ‘학교개혁’ 투쟁을 했다면 학교교육은 물론 전교조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특히 전교조가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교원평가 반대투쟁은, 국민들은 물론 ‘우군’인 진보진영조차도 전교조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어설픈 걸음마를 뗄 때 참교육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전교조는 성년이 된 지금 오히려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실시된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공정택 후보는 전교조가 지지하는 후보를 겨냥해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펼침막을 내걸어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반전교조’ 정서를 의식한 듯, 전교조는 올해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는 철저하게 침묵했고, 진보 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다. 전교조의 지지가 오히려 진보 성향 후보에게 짐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당국은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상의 해지를 통보하고, 보수 단체들은 전교조를 ‘반국가 교육 세력’으로 규정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전교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진보 진영 안에서도 전교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40대 전교조 조합원은 “전교조는 한때 교사들의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전교조 교사라는 것을 밝히기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많은 국민들이 ‘전교조’ 하면 ‘참교육’이라는 말보다는 ‘교사의 이익을 위해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 이 냉정한 현실은 스무살 청년 전교조의 어깨 위에 극복해야 할 과제로 놓여 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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