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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학도 사회도 녹색교육 할수있어요”

등록 2005-01-16 18:40수정 2005-01-16 18:40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회원들과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 골프’선언을 하고 있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제공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회원들과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 골프’선언을 하고 있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제공


뺄셈 통해 '나눔가치' 느끼게
경제단원에선 공생위한 고민
“생태주의 접목한 교육을 짜야”

학교 교육은 한 사회의 거울이다. 개발과 성장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교육은 정치·경제적 발전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과 효율성만을 좇는 우리의 교육 풍토는 성장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사회가 낳은 사생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생태주의적인 교육을 한다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 일일까? 하지만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의 소모임인 녹색교육연구회 교사들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생태주의를 바탕으로 교육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서울 지역 중·고교 교사들로 이뤄진 녹색교육연구회의 목표는 ‘교육과정의 녹색화’다. 특정 과목이 아니라, 모든 교과의 교육과정 속에서 녹색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회원들이 학교에서 맡고 있는 과목도 국어, 역사, 수학, 과학 등 다양하다. 이 모임이 현행 교육과정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녹색교육과정’은 한마디로 생태주의를 근본 이념으로 하는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용산고 강영주(36·수학) 교사는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과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 파편화된 지식과 지속 불가능한 기술적 방편들을 전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며 “생태주의는 ‘내어줌과 섬김’을 바탕으로 생명을 살리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연서중 이수종(40·과학) 교사는 “다른 사람,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태적 소양을 갖춘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녹색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미래 세대인 학생들이 자기 욕망을 절제하고 삶의 방식을 생태 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녹색교육이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각 교과에서 녹색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이 교사는 전국사회교사모임 대안사회분과가 최근 펴낸 교사용 지도서 <주제가 있는 사회교실>(돌베개)에서 사회과 녹색 교육과정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사회 교과서와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인권과 공동체적 가치의 존중,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라는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원의 유한성과 경제의 기본 문제’ 단원을 보자.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반면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제품의 종류를 뜻하는 제품 다양성은 늘고 있다는 가상의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날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는 활동 등을 통해 효율적인 생산의 측면이 아니라 공생을 위한 생산 또는 소비 방식의 측면에서 이 문제를 고민해 보도록 하고 있다. 생태주의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수학에서도 ‘녹색화’의 여지는 있다. 초등학교에서 사칙연산을 가르칠 때 덧셈보다 뺄셈을 먼저 가르침으로써 나눔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강 교사는 “실제로 독일의 대안학교인 발도르프 학교에서 뺄셈을 먼저 가르치는 데는 이런 교육철학이 녹아 있다”며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과정이 아이들의 인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수학을 배우는 목적도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교육연구회가 이런 녹색 교육과정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달 17일 ‘녹색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 설정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연 워크숍은 모든 교과에서 녹색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첫 단추를 꿴 자리였다. 워크숍에는 전교조의 교과모임 중 수학교사모임과 사회교사모임의 교사들도 토론자로 나와 녹색 교육과정에 대해 처음으로 의견을 나눴다. ‘녹색 교육과정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상태지만 이 모임이 그동안 쌓아 온 ‘내공’은 녹록치 않다. 이 모임의 뿌리는 1996년 만들어진 ‘생태사상연구회’라는 교사 공부 모임이다. 생태 사상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해 오던 이들은 2001년에 녹색교육연구회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생태주의적인 교육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환경정의연구소와 함께 생태적 건전성을 기준으로 중·고교 환경 교과서를 분석하고, 환경교육 확산 방안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 왔다. 또 2002년부터 2년 동안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의 위탁을 받아 ‘교육 위기와 녹색의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진행해 지난해 여름에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녹색교육연구회는 올해에는 녹색교육을 통해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상’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고, 각 교과모임과 교류의 폭도 넓혀 갈 계획이다. 모임 회장인 서울 반포고 박희성(38·물리) 교사는 “당분간 각 교과모임의 전문성에 우리 모임의 녹색 교육이념을 접목시켜 교과별 녹색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를 세우는 데에 역점을 둘 것”이라며“ “대안적인 참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각 교과모임에서도 녹색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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