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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깊은 갈등 ‘교원평가제’ 대안없나

등록 2005-06-06 21:54수정 2005-06-06 21:54



논란 당사자 좌담

교원평가의 방법과 내용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교육시민단체가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계의 극한 대립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주체들이 서로 한 발씩 물러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교육부와 전교조, 좋은교사운동 등 논란의 당사자들로부터 교원평가를 둘러싼 쟁점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회는 3일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회:강성만 사회부 기자=가장 큰 쟁점은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방식인 것 같다. 좋은교사운동 쪽이 먼저 학생 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송인수=교실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와 수업방법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게 교사 전문성 신장의 핵심이다. 이런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학생들이다.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학생의 평가는 어떤 이의 평가보다 진실성이 있다. 학생의 평가 결과를 교사와 학부모 동수로 이뤄진 평가관리위원회에서 제대로 해석하고 교육적 함의를 밝히는 과정을 거친다면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전교조는 학생 평가를 교사의 자기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찬성하면서도 공식적인 평가자로 참여시키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뭔가?

한만중=전교조 교사의 상당수는 지금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 교사의 교육활동에 가장 밀착해 있는 학생의 의견을 듣는 것은 전문성 신장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더 일반화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바로 평가자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교육현장에서 쓸데없는 정서적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그쳐야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평가의 주체와 대상으로 몰고가선 안 된다.

사회=송 총무께서는 전교조의 이런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 평가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전교조와 좋은교사운동의 차이는 학생 평가 결과를 교사가 스스로 관리하느냐, 평가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교사회와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평가관리위원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한다면 평가와 관련된 정치적 오해를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좋은교사운동은 최근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교육부를 비난했다. 학생 평가가 너무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답변을 들어 보자.

류영국=교육부의 매뉴얼을 보고, 학생의 만족도 조사가 형식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실제 설문조사 때는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아주 그렇지 않다’ 등 몇 단계로 나눠 조사할 계획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수업 방법이 지루한지 등을 물은 뒤 통계를 내서 교사에게 수업 개선의 자료로 제공할 것이다.

=평가를 해야 교직사회의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다고 보는 발상이 문제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평가를 실시하는 영국에서는 이직에 따른 교원 부족, 성적 비리 등 평가만능주의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것을 보면, 평가가 모든 교육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평가 주체 가운데 누가 강조되느냐에 따라 단체들의 입장이 서로 갈리고 있다.

=평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평가 방식 등에 대해서는 시범운영을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고쳐 나갈 것이다.

=시범운영을 거치지 않더라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게 있다. 공개수업 참관을 통한 평가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학부모의 공개수업 참관을 통한 평가는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 평가는 설문조사를 통해 할 것이다. 수업 참관을 통해 평가하는 사람은 동료 교사들이다.

사회=교장 한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낡은 평가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면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전교조가 다면평가를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



=중·고교 학부모 가운데는 담임의 얼굴이나 이름도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따라서 학부모 설문조사는 결국 학생 설문조사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또 그동안 숱한 시범학교 경험을 보더라도 동료 교사의 수업 참관을 통한 평가는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것들이 평가요소로 들어가면 많은 문제점이 생길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차라리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이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게 더 현실성이 있다.

사회=한국교총에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평교사가 평가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이 동료 교사 중심의 다면평가에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동료 교사 평가는, 결국 공개수업을 통한 평가가 될 것이다. 이런 방식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행정 잡무도 간단치가 않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동료 교사 평가가 중심이 되고, 교장이 평가관리위원회에 간여하면, 낡은 근무평정제도를 밀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합리화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근무평정제도 전면 개혁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보여주면서 교원평가를 제안해야 양심적인 교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사회=학생 평가가 중심이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되나?

=학생 평가 결과가 승진과 연결되면 교사와 학생의 신뢰나 교육적인 관계가 다 깨진다. 교원평가가 승진과 연결될 가능성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승진을 위한 평가제도인 근무평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사회=그렇다면 교장 승진제도를 공모제나 선출보직제로 바꿔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보직제적 요소의 공모제를 전면화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사회=기왕 말이 나왔으니, 근무평정제도에 대해 얘기해 보자.

=교육부가 근무평정제도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교총과 전교조의 입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교총은 근무평정제도를 유지하자는 것이고, 전교조는 폐지하고 교장선출보직제로 가자는 것 아닌가? 서로 접점을 찾기 어렵다.

=합의가 어려우니 일단 새 평가제도 먼저 도입하자는 이야기인데, 그래서는 안 된다. 교원단체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교육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회=새로운 교원평가제도와 기존 근무평정제도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하는 교사들이 많다.

=교원평가 시범운영은 수업 전문성에 대해서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무평정제도의 평정요소에는 학습지도 이외에 생활지도, 담당 업무, 공직자로서의 자세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근무평정제도 대체는 수업 이외의 다른 요소들에 대한 평가제도가 도입된 뒤에야 가능하다.

=승진제도를 손대지 않고는 근무평정제도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하다. 승진제도를 전면 개혁하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승진제도를 손대지 않고 새로운 평가를 도입하면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

=물론 근무평정제도를 고치려면 인사승진제도에도 손을 대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사회=좋은교사운동 쪽은 최근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이 평가관리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평가가 관료행정조직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의 매뉴얼을 보면, 교장과 교육청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 많다. 평가관리위원회 설치 여부에서부터 평가관리위원의 최종 선정까지 교장이 하도록 했다. 아예 평가관리 업무를 교육청이 대행할 수도 있게 했다.

=평가는 단위 학교 자율로 하도록 돼 있는데, 왜 굳이 교육청에 평가관리위원회를 두려 하는가? 이 때문에 평가자료를 축적해서 어딘가에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의 성격과 목적에 대해 분명히 밝혀야 한다.

사회=두 분의 문제제기에 대해 교육부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교원평가를 받아들인 뒤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수용하겠다.

강=이제 부적격 교사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자.

=현재는 교사들을 긴장하게 하는 장치가 없다. 이런 장치가 없으면 누구나 부적격 교사가 될 수 있다. 교원평가는 부적격 교사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교원평가를 통해 발견과 처리까지 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부적격 교사 처리는 교육청에 민간 주도의 조사위원회를 꾸려 거기에 맡겨야 한다. 현재는 교장이 부적격 교사를 발견하더라도 일단 덮으려고 한다. 그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적격 교사라는 용어 자체가 모호하다. 과도한 체벌을 하는 교사, 성적을 조작한 교사 등을 처리하는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은 타당하다. 비리교사나 범법교사, 폭력교사 등의 처리에 대해서만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더라도 상당한 정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력 부족 교사나 수업능력 부족 교사 문제는 좀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교육부에서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변호사와 의사, 학부모단체, 교원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민원이 제기된 교사에 대해 음해성 여부 등 사실 조사를 맡길 것이다. 그러나 지도력 부족 교사는 개념과 판정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시킬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교원평가는 구조조정과 무관하다.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부적격 교사들은 별도의 시스템으로 걸러낼 것이다.

정리=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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