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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두발자유? 믿은 우리가 바보죠”

등록 2005-06-14 19:06수정 2005-06-14 19:06

서울교육청 “규정개정” 공문 불구 “여전히 바리캉으로 미는 곳도”

학생운동본부 33곳 조사

“머리(두발) 자율화요? 순진하게 믿은 우리가 바보죠. 마음만 설레게 해놓고 ….”

서울 ㅅ고 ㅇ아무개군은 “어차피 들어주지도 않을거면서 학생 의견은 왜 물었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ㅅ고는 지난달 중순께 학생들에게 머리 길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학생들의 머리 자율화 움직임에 놀란 서울시교육청이 부랴부랴 “학생회의 토론을 거쳐 두발 규정을 개정하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낸 직후였다. 학생들은 1㎝로 제한돼 있던 옆머리와 뒷머리 길이를 7㎝로 완화하자는 안을 냈다. 그러나 교사회의를 거치면서 머리 길이 완화 폭은 반의 반 토막이 됐다. 학교 쪽이 내린 결론은 고작 ‘옆·뒷머리 2㎝로 완화’였다.

시교육청이 학생 머리 제한 규정을 고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머리 모양과 길이가 여전히 옛날 잣대에 묶여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 ㅇ고도 마찬가지다. 이 학교는 지난달 말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머리 길이 제한을 완화(옆머리는 귓불 끝까지, 뒷머리는 옷깃까지, 앞머리는 눈썹 위까지)한 머리 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학교 쪽은 “동창회와 학부모들이 싫어한다”며 학생회의 개정안을 묵살했다. 결국 앞머리 길이만 3㎝에서 5㎝로 약간 완화하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현재 길이(1㎝)를 유지하기로 결론이 났다. 이 학교 ㄱ아무개군은 “머리 길이를 찔끔 완화해주고서는 두발 단속은 예전보다 오히려 더 엄격해졌다”고 투덜댔다.

서울의 또 다른 ㅇ고 ㄴ아무개군은 “지난달 중순께 머리 길이를 완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더니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라며 “여태까지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최근 옛 규정에 따라 머리 단속을 다시 시작했다.


‘두발자유를 위한 학생운동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아무개(18·서울 ㅈ여고 3학년)양은 “최근 서울 지역 중·고교 학생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교육청의 지침이 내려간 뒤 조금이라도 머리 제한을 완화한 학교는 33곳 가운데 8곳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양은 “학교 쪽과 학부모들이 워낙 완강하게 머리 규정을 지키려고 하는데다, 학생회도 유명무실한 곳이 상당수여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은 시늉에 그치거나 아예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2일부터 머리 자율화 진행 상황을 수집하고 있는 청소년 포털사이트 ‘아이두’(idoo.net)의 게시판에는 벌써 5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와 있다. 학교에서 시교육청의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항의와 비난 글이 대부분이다. 청소년단체 희망(heemang21.net)의 두발문제 신고센터에도 38건의 ‘지침 위반’ 사례가 접수됐다.

희망의 이상현 학교생활규정위원장은 “학생회가 주최하는 대의원 회의 자리에 학생부장 교사가 참석해 학생들을 윽박지르면서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막거나, ‘학교의 전통’을 내세우며 여전히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고 있다는 신고 등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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