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가깝다는 이유로 문제를 지적했다가 ‘구시대적 색깔론’에 빠져 있다는 역풍을 맞았다.
박 후보는 16일 저녁 3차 대선후보 텔레비전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과거 전교조 해직교사 변호도 많이 맡고, 선대위에도 전교조 출신 이사들이 요직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전교조 위원장 출신 이수호 후보랑 함께 지지를 호소했다. 앞으로도 전교조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이어갈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박 후보의 질문 취지를 보면 마치 전교조는 함께 해서는 안 될 세력, 뭔가 불순한 세력이라는 뜻이 내포된 것 같은데 그거야말로 이념적으로 편가르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후보는 “전교조는 이념교육, 시국선언, 민노당 불법 가입 등으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주범이다. 계속 (전교조와) 뜻을 같이 한다면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색깔론 공격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저는 (전교조뿐 아니라) 한국교총과도 관계가 있고, 한국교총 분들의 변론도 많이 했다. 어느 조직이든 옳은 주장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이념적인 부분이 있다면 찬동하지 않는다. 참여정부 때도 전교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네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도입했다. 옳은 주장은 받고,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는 거다” 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의 ‘색깔론’ 제기에 대해 이수호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 후보는 1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후보가 저와 전교조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퍼뜨렸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발언을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한 만큼 이는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도 이날 성명을 내어 “박근혜 후보는 합법단체인 전교조를 불온시하며 케케묵은 색깔 공세와 이념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조합원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발표했다.
누리꾼들도 전교조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트위터 아이디 @vk**는 “색깔론 정말 지긋지긋하다. 박근혜의 국민통합이 이런건가”라고 말했다. 아이디 @goo**는 “박 후보가 전교조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되면 전교조 뿐 아니라 진보성향의 단체와 인물들을 또 탄압할건가”라고 말했고, @son**는 “박근혜 후보는 전교조가 처음 가졌던 참교육 정신이 변질됐다고 했다. 하지만 1989년 전교조가 출범하자마자 빨갱이 때려잡는다고 교사들 무더기로 해직시킨 게 새누리당의 전신 민정당이다. 그는 한번도 전교조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박 후보의 발언을 옹호하는 누리꾼도 있다. 트위터 아이디 @cal**는 “전교조는 선생을 위한 노조이지, 아이들 교육을 위한 집단이 아니다. 박 후보의 발언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100여개의 트위터 아이디에서 비슷한 시간, 같은 내용으로 올라온 글에는 “선관위나 공교육이나 가장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곳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들에 좌빨들이 침투해있다. 선관위노조, 전교조 이런 거 다 없애야 중립성이 산다. 대통령은 1번 박근혜, 교육감은 2번 문용린이다”라고 적혀있다. 100여개에 달하는 이 글들은 모두 12월16일 밤 10시51분부터 5분 내에 트위터에 올려졌다.
박 후보에 이어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도 “민주당은 공산당같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17일 오전 <씨비에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최근 흑색선전을 보면 완전히 공산당같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바로 “국가의 제1야당을 공산당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하자, 김 위원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당이) 이렇게 썩고 불쾌한 당인지 처음 알았다”며 물러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새누리당은 공동선대위원장실 명의로 성명을 내어 “진의 전달이 매끄럽지 못해 오해를 일으켰다. 흑색선전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려 했는데 일부 표현이 적절치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이런 극언으로 민주당을 공격하는 것을 잘한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아이디 @jad**는 “김성주의 공산당 발언을 보며 박근혜의 사람 보는 안목을 의심했다. 그는 시장잡배보다 못한 막말로 제1야당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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