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비리재단 복귀 길 터준 사분위

등록 2014-04-06 21:49수정 2014-04-07 10:05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 상지대 교정에 이 학교 총학생회가 내건 “학교 발전 저해하는 이사회는 총사퇴하라”고 적힌 펼침막 앞으로 3일 오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원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 상지대 교정에 이 학교 총학생회가 내건 “학교 발전 저해하는 이사회는 총사퇴하라”고 적힌 펼침막 앞으로 3일 오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원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옛재단에 정이사 과반수 추천 보장’
사분위, 교육부 압도하는 권한 행사
시민단체 “반교육적 기구 전락” 비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사학 분규의 발화점은 역설적이게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다. 비리를 저지른 옛 재단이 학교를 다시 장악할 길을 열어준 통로가, 바로 옛 재단에 정이사 과반수 추천을 보장하는 사분위의 이른바 ‘정상화 심의 원칙’이어서다. 사학분쟁 조정을 임무로 출범한 사분위가 오히려 사학 분쟁을 조장하는 셈이다. 사분위가 폐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까닭이다.

문제는 교육부 소속 행정위원회인 사분위가 사학 비리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교육부를 압도하는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현실에 있다. 사립학교법은 사분위의 심의 결과와 관련해 관할 관청인 교육부가 1회에 한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사분위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규 사학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분위는 논의 과정이나 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사분위는 지난해 12월 상지대 임시이사를 대체할 정이사 1명의 후보를 김문기 옛 재단 쪽에 추천하도록 했다. 그 근거가 2010년 사분위가 정한 ‘옛 재단 이사 과반 추천권’을 보장한 기준이었다. 사분위가 정이사 9명 중 5명, 7명 중 4명을 옛 재단 쪽에 추천하도록 하자, “학교는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교육기관이다”, “사학비리 주범에게 다시 학교를 맡겨선 안 된다”는 반발이 거셌다. 상지대에 이어 2011년 7월 세종대·동덕여대까지 옛 재단 쪽 이사의 복귀를 허용하자, 참여연대·교수노조 등이 꾸린 사학비리 척결 국민행동은 “사분위가 비리 재단 편들기로 사학 분쟁을 조정하기는커녕 조장하는 반교육적 기구로 전락했다”며 사분위 해체를 촉구했다.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자 사분위는 지난해 7월 비리·범죄를 저지른 옛 재단엔 정이사 추천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정상화 심의 원칙을 일부 수정했다.

그런데도 사분위는 이런 수정 기준을 상지대에 적용하지 않고, 정이사 과반수 추천 보장을 고수했다. 이사 9명 중 옛 재단 쪽이 5명으로 이미 과반인 상황에서, 옛 재단에 1명을 또 추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김명연 상지대 교수(행정법)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 개방이사제를 합헌이라 결정하며 ‘사학 정체성은 인적 연속성이 아니라 정관으로 계승된다’고 적시해, 사분위가 옛 재단 이사 과반 추천을 고수할 근거가 없어졌다고 짚었다.

더구나 사분위는 상지대의 김문기 옛 재단이 뇌물수수 전력자가 포함된 후보 3명을 추천했는데도 3월24일 다른 후보를 선임하는 의결을 밀어붙였다.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인사’ 3명을 추천받아 심의하기로 한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야당 추천 사분위원인 전형수 대구대 교수는 “이미 옛 재단 쪽 이사가 과반이므로 정이사 추천권을 줘선 안 된다, 비리 전력자까지 후보로 올린 만큼 정이사 선임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표결 등에서 밀리고 말았다”고 전했다.

2007년 대법원은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은 무효’라며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해소된 시점에) 유효한 사립학교법, 민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일반 원칙에 따라” 정상화 방법을 강구하라고 판결했는데, 사분위가 이를 과잉 해석해 옛 재단 복귀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문세 ‘사랑이 지나가면’·아이유가 왜…이재명 공판에 등장한 이유는 1.

이문세 ‘사랑이 지나가면’·아이유가 왜…이재명 공판에 등장한 이유는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2.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전국 곳곳 ‘물폭탄’ 침수·산사태 피해 속출…500명 긴급 대피도 3.

전국 곳곳 ‘물폭탄’ 침수·산사태 피해 속출…500명 긴급 대피도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4.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밤 사이 남부 더 강한 비 퍼붓는다…전라·경남·제주 강풍 특보 5.

밤 사이 남부 더 강한 비 퍼붓는다…전라·경남·제주 강풍 특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